수조 원대 카다시안 제국, 그녀는 무대 뒤에 있었다

LA 컨퍼런스에서 만난 크리스 제너가 내게 남긴 뼈아픈 질문

by 줄리킴

킴 카다시안,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이 이름들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뷰티, 패션, 혹은 미국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글로벌 셀럽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이들의 엄마가 크리스 제너(Kris Jenner)입니다. 대중은 그녀를 어떻게 볼까요? 아이들을 내세워 돈을 버는 매정한 엄마, 혹은 모든 노이즈와 가십의 배후에 있는 '야망 넘치고 차가운 여자'로 치부하곤 합니다.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jpg 카다시안 패밀리 리얼리티 쇼


작년 11월, LA 글로벌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크리스 제너를 직접 만났습니다. 사실 그녀가 등장하기 전부터 장내는 술렁였습니다.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의 거구 시큐리티 가드들이 겹겹이 삼엄한 경계를 서는 것을 보며, 속으로 '도대체 누가 오길래 저러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마주한 그녀는 대중의 얄팍한 인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에 있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야망가일지 모르겠으나, 무대 아래의 그녀는 놀랍도록 자녀들에 대한 마음이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능력 있는 '엄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유산은 돈도, 브랜드도 아니에요.
가족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해준 건 딱 하나예요.
Help them find what they do.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헤매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전업주부로 아이 하나 키우기도 벅찬 세상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6명의 자녀가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주고, 결국 각자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수조 원대 자산가로 키워냈습니다. 그녀의 말은 허풍이 아니라 완벽한 결과로 증명된 팩트였습니다.






악마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건 크리스 제너다.


kris-jenner.gif 악마도 열심히 일하지만 크리스 제너가 더 열심히 일한다


미국에서 유명한 이 밈(Meme)처럼, 그녀가 24/7 쉴 틈 없이 일한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남의 가족사가 담긴 리얼리티 쇼를 즐겨보진 않습니다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그녀의 하루를 뜯어보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녀는 미국 서부에 살면서도 동부 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해 남들보다 최소 3~4시간을 더 일합니다.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러닝머신을 뛰며 뉴스를 보고, 분 단위로 회의를 쪼개며, 자녀들 역시 늦어도 새벽 6시 전에는 무조건 기상시키는 지독한 모닝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딸이 공유한 엄마의 하루 일정은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압도적인 업무량이죠.


성공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독한 자기 관리, 비즈니스 능력, 천재적인 PR 마케팅. 그녀는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가족의 캐릭터를 자본으로 치환하는 '모매저(Momager = Mom + Manager, 엄마 매니저)'로 스스로를 완벽하게 리포지셔닝 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턴트의 시선으로, 압도적인 통제력 그 이면에 숨겨진 그녀의 '본찰력(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3가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본찰력'이란, 현상에 속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 제가 수백 명의 브랜드 오너들을 컨설팅하며 직접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무대뒤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녀의 본찰력 3가지


1.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를 지배하라 (Know your strengths)


그녀는 스스로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춤추는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진짜 무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쏘아주는 능력(Publicist)'임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죠.


평범했던 가족들의 삶을 관찰하고, 대중이 진짜 열광할 결핍과 욕망의 포인트를 찾아내 '리얼리티 쇼'로 판을 깔았습니다. 자신은 철저히 '무대 밖의 설계자'로 자처한 것이죠. 나 자신의 진짜 강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 이것이 비즈니스의 첫 번째 본찰력입니다.




2. 실패는 추락이 아니라 '가설 검증'일뿐이다 (Trial and error)


2013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론칭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무너지지만 진짜 사업가는 다릅니다. 그녀에게 비즈니스란 과학자의 실험과 같습니다. 실패는 "내가 틀렸다"가 아니라 "이 시장은 내 아이디어를 원하지 않는구나"라는 데이터를 얻은 가설 검증일 뿐입니다.


고통을 상수로 수용하는 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3. 포장하지 않는 진짜 '날것'의 힘 (Be authentic)


사람들은 진정성(Authenticity)을 '착하고 바른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브랜드에서 진짜 진정성이란 '자신의 본성에 지독하게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그녀는 돈과 성공을 향한 자신의 맹렬한 욕망을 숨기거나 고상한 척 포장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 제너는 평범한 일상을 엔터테인먼트로 가공하고, 대중의 시선을 뷰티와 패션 브랜드 론칭으로 연결해 압도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압도적인 솔직함과 본성에 충실한 태도가 대중의 비난과 노이즈마저 자본으로 치환하며, 그들을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비즈니스는 인기투표입니까, 시스템입니까?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대표님들이 종종 길을 잃고 번아웃에 빠집니다. 탄탄한 비즈니스의 구조를 짜는 대신, 매일같이 자신을 갈아 넣어 껍데기뿐인 인기투표에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인스타 조회수에 일희일비하고, 유행하는 마케팅을 맹목적으로 복사합니다. 조회수가 떨어지면 우울해하고, 경쟁사의 화려한 겉모습에 주눅이 듭니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기술도 '대체 불가능한 구조'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본찰력이 없으면, 우리는 영원히 현상만 쫓게 됩니다. 잘 되는 경쟁사의 콘텐츠 포맷을 따라 하고, 유행하는 마케팅 기법을 복사하고, 팔로워 숫자에 일희일비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구조'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본찰력은 단순히 크리스 제너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중이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에 지갑을 여는지, 그 본성을 읽어내는 힘은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작동합니다. 당신의 브랜드에도, 당신의 제품에도, 당신의 콘텐츠에도.



오늘, 이 글을 읽고 계신 대표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비즈니스라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얄팍한 박수에 연연하며 위태롭게 춤을 추고 계십니까?


아니면 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도록,

무대의 조명과 스피커, 그리고 입장권 판매소의 흐름까지 조화롭게 통제하는 '판'을 짜고 계십니까?


진정한 비즈니스의 통제권은 무대 위가 아니라, 언제나 무대 뒤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설계자의 손에 있습니다.

대중처럼 눈에 보이는 가십과 현상에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상위 0.1%의 시선으로 그 이면의 시스템을 꿰뚫어 볼 것인지. 그 시선의 격차가 결국 비즈니스의 격차를, 나아가 부의 격차를 만듭니다.


오늘 하루, 숨 가쁜 무대 위에서 잠시 내려와 나의 비즈니스 설계도를 찬찬히 내려다보는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현상에 흔들리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당신의 본찰력이, 평범한 아이템을 대체 불가능한 제국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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