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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쓰는 사람

브런치라는 집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꿈

by 줄리킴

"왜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누군가 제게 이렇게 묻는다면, 저는 영문학을 전공하며 만났던 몇몇 이름들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월든 숲에서 2년 2개월간 홀로 지내며 『월든』을 써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싱글맘으로 생활보조금을 받으며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12번의 거절 끝에 『해리 포터』를 출간한 J. K. 롤링. 그리고 불멸의 희곡을 남긴 셰익스피어까지. 그들의 삶과 글에서 제가 꿈꾸는 '작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흥미롭게도, 영어에서 'Writer'와 'Author'라는 두 단어가 서로 다른 어원을 가지고 있고, 제가 글을 통해 만난 작가들 역시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가로 번역될 수 있는 'Writer'는 '새기다'를 뜻하는 고대 영어에서 나온 말로 ‘쓰는 기술적 행위‘에 초점을 둡니다. 'Author'는 ‘저자’라고 번역될 수 있을 것이고, 라틴어 ‘auctor’에서 유래해 '창조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자의 권위를 담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 이 두 면모를 모두 발견했습니다. 그는 35년간 슬럼프 없이 소설을 써온 비결로 "쓰고 싶지 않을 때는 전혀 글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창조의 충동을 기다리는 'Author'의 자유로움이죠.


하지만 일단 쓰기로 마음먹으면 '매일 원고 20매'라는 엄격한 규칙으로 자신을 다스립니다. 마음속 생각을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새기는' 'Writer'의 장인정신입니다.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가장 엄격한 모습이죠.


이는 제가 사랑했던 모든 작가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평생 37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를 남기며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불멸의 캐릭터들을 창조한 셰익스피어의 놀라운 창작력이, 월든 숲의 고독 속에서 자연과 사색하던 소로의 치열한 내면 수행이,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롤링의 창작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세상에 ‘책‘으로 태어났죠.


하루키는 창작의 핵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어떤 일을 하며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결국 제가 정의하는 작가란,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목표로 삼고 그 과정의 설렘과 희열, 그리고 고통마저 동력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내면 가치를 지켜가는 단단한 사람입니다.


'작가(作家)'의 글자를 들여다보면 이 모든 의미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지을 작(作)'은 창조하고 구축하는 능동적 행위를, '집 가(家)'는 한 분야의 전문가를 뜻합니다. 즉 작가란 단순히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된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의 작가로서의 꿈은 단순히 베스트셀러를 내거나 유명해지는 것을 넘어섭니다. '나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하루키처럼 엄격한 규칙으로, 때로는 소로처럼 깊은 고독 속으로, 또 때로는 롤링처럼 절박한 희망을 담아서. 'Writer'로서 치밀하게 문장을 다듬으면서도 'Author'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것. 저의 작가로서의 꿈은 삶의 모든 순간의 진동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해 나가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창작을 통해 나만의 ’ 집(家)’을 짓고, 그 안에서 세상을 성장시키는 진정한 작가(作家)가 되는 것. 브런치라는 공간은 제게 이미 저만의 리듬을 담은 글들을 다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정겹고 편안한 ‘집’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한 줄씩, 한 문단씩 세상을 써 내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만의 규칙과 기쁨으로 채우고 더 나아가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들이 담긴 집을 공유하는 것이 제가 그리는 가장 완전한 ‘작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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