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투자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
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수익의 기쁨과 손실의 아픔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그냥 흘려보내 버리곤 합니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넘어가지만, 사실 이때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투자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투자 여정을 안내하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됩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왜곡됩니다. 오늘은 뚜렷했던 판단 근거가 몇 달 뒤에는 희미해지고, 때로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전혀 다른 이유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록은 그 순간의 나를 고스란히 남깁니다. 당시의 감정, 시장의 분위기, 매수·매도 결정의 배경이 모두 살아남아, 미래의 내가 다시 배울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매수·매도 내역이나 배당금 수령 내역만 간단히 메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록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투자를 왜 했는지, 당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지까지 남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을 매수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 “–10% 손실”이라는 결과만 적어 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옆에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장기적 위험을 간과했다” 혹은 “일시적인 시장 조정을 오판했다”라고 기록해 둔다면, 다음 번 비슷한 상황에서 훨씬 더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공적인 투자라면 “이 종목이 내 기대대로 흘러간 이유는 무엇이었는가”를 기록해 두어야 그것이 다시 반복 가능한 전략으로 자리 잡습니다.
즉, 기록은 단순한 장부가 아니라 나만의 투자 교과서입니다. 숫자만 적힌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사라지지만, 맥락과 배경이 담긴 기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발휘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도구를 고르는 것입니다.
엑셀은 가장 실용적인 방식입니다. 매수·매도 시점과 금액, 세금, 수수료, 실제 배당금까지 정리할 수 있으며, 자동 계산 기능을 통해 실제 수익률과 순수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어 포트폴리오 분석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몇년동안 엑셀에 각각 정리하고 있는 투자 내역 등 –
노트에 직접 적는 방식도 의외로 유용합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날의 감정과 직관적인 판단을 함께 적어두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실패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잊히지만, 적어 두면 다시는 같은 상황에 휘둘리지 않게 합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공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개 글은 꾸준히 쓰게 되는 동기가 되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지나친 사생활 노출이나 투자 내역 공개에 대한 부담은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지속성입니다. 며칠 하다 그만두는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단순하더라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 가장 현명합니다.
기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 기록입니다. 사람은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더 큰 교훈을 얻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기록하지 않으면 같은 이유로 실수를 반복하기 쉽습니다.
“감정에 휘둘려 손절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 샀다”, “배당률만 보고 기업을 검토하지 않았다”와 같은 내용을 적어 두면, 훗날 이 기록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경고등이 됩니다. 기록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며, 때로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냉정한 충고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투자 기록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가 됩니다. 이를 통해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강했고, 어떤 상황에서 약했는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투자 성향과 약점이 드러납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매달 배당주 투자 과정을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번 달 QYLD 배당금 800달러 인증”과 같은 짧은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히 배당 내역만 적는 것에서 벗어나, 왜 투자했는지, 당시 어떤 배경과 판단이 있었는지까지 함께 적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블로그는 하나의 투자 일기를 넘어, 저만의 소중한 투자 데이터베이스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 블로그에 계속 기록하고 있는 매달 배당주 포트폴리오 -
기록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블로그에는 배당주와 ETF 중심의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올렸지만, 성장주 투자나 단기 매매, 혹은 세부적인 수익률과 손실 내역은 엑셀 파일로 따로 정리했습니다. 기록의 형식은 블로그 글, 엑셀 시트, 간단한 메모 등 다양했지만, 중요한 것은 매 투자마다 남겼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기록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저 자신을 분석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2022년 큰 하락장에서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공포에 휩쓸려 불안해하느니 성장주는 다 팔고, 배당주는 크게 떨어지지 않으니 그것만 투자하자.” 당시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되짚어보니 단기 공포에 흔들린 행동이었습니다. 이 기록 덕분에 최근 2025년 3월 하락장에서 오히려 이미 하락한 성장주에 투자해서 차익을 얻는 등 비슷한 위기에서 저는 더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에는 21년부터 40개월간 보유했던 QYLD 5505주를 전량 매도했습니다. 투자 하는 기간동안 꾸준히 배당이 월 100만원 이상씩 나오며 연 12% 정도의 배당을 받을수 있었지만, 주가 상승이 정체되어 원금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배당금이 나온다는 이유로 끝까지 보유할 수도 있었지만, 꾸준히 남긴 기록들이 쌓여 환율이 떨어지고 국내 ETF들이 QYLD보다 우수한 상품들이 나오는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계속 기록하고 있었기에 확신을 갖고 정리해서 다른 여러종목으로 분산 투자하는 리밸런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록은 때로는 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 40개월 간 투자했던 배당주를 매도해야하는 이유를 정리 -
이러한 기록들이 모이다보니 패턴화된 실수를 고칠수 있는 투자 원칙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어떤 상황에서 불안하거나 흔들릴 때, 제 기록들을 다시 읽어보며 비슷한 과정을 찾아 힘을 얻거나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런 기록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앞으로의 투자를 위한 멘탈 관리 도구역할도 하고 있는것입니다.
또 블로그라는 공개된 공간에 기록을 남겼던 덕분에, 다른 투자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남긴 기록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이야기했고, 저 역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기록은 단지 개인의 자산이 아니라,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 가능한 지식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투자는 종목을 고르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오늘의 선택을 글로 남기는 것입니다.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교과서이자 투자 원칙의 뿌리가 됩니다.
단순히 숫자만 남기는 장부식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큰 의미가 없지만, 왜 투자했는지, 어떤 판단이 옳았는지 혹은 잘못되었는지를 함께 적어 둔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교재가 됩니다. 본인이 투자하면서 남겨온 기록들이야말로 앞으로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자산이며, 이 자산은 배당금이나 주가 차익처럼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꼭 투자를 할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을 철저하게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제가 기획한 목차의 2부까지 내용을 적었는데요. 다음부터는 3부 내용인 파이어족으로 살아가기 위한 갖가지 경제적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적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