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을 위한 재정 마인드셋
'사회 초년생'이란 보통 새로 입사한 이후, 3년 미만의 근무자를 의미한다고들 한다.
나 역시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첫 월급이 생각난다. 뭐든 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은 아니었지만, 다시는 느낄 수 없을 설렘과 도파민이 있었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크지 않았지만, 살면서 처음 마주한 ‘내 노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이상의 의미였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새 텅장이 된 통장을 마주하면 그 설렘은 생각보다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결국 첫 월급을 받았던 그 마음가짐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현실은 각종 고지서나 결혼자금, 집 대출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은 자본이 인간이 살아가며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되어버린 시대에 있다. 그래서 자본은 의도치 않게 나의 능력, 태도, 삶의 상태까지 대변하게 된다. 결국 내가 벌어들인 돈을 관리한다는 건 단순히 현실을 버텨내는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처음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내 안에 자리 잡았던 감정은 뚜렷한 계획이 아니라 막연한 불안함이었다. ‘내가 계속 이렇게 돈을 써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 통제감을 잃은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서 비롯된 불안이었다. 여기에 프리랜서라는 수입의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니 그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돈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불안에 대한 반사작용에 가까웠다.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을 프리랜서로 시작했고 첫 월급은 1,392,480원 남짓이었다. 흔히 말하는 사대보험 제외한 180만 원, 2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지만 앞으로 다시는 느낄 수 없을 나의 첫 노동에 대한 성취였다. 하지만 그 돈은 금세 사라졌다. 돌아보니 통장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돈에 대한 결핍이 내재되어 있던 나는 그 순간, 마음속에서 적색경보가 울렸다. 그다음 달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주택청약통장을 만들고 저축 비중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 시기는 다를지라도 누구나 각자의 비교 지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돈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 들고, 그때부터 돈을 다루는 나의 능력은 나에 대한 자신감과 강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돈을 벌고 있음에도 건강하지 못한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은 쉽게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게 된다.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그 결핍은 생각보다 정직하게 드러난다. 특히 베풂에서 그렇다. 왜 하필 베풂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나를 위해서만 사는 인생이 어쩐지 멋없어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돈이 많아도 타인의 상황을 헤아릴 여유 없이 나의 결핍과 욕망에만 매몰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입이 생기고 당장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고 느꼈다. 그때 깨달았다. 마음 안에 여유가 없이 부족함과 비교 속에서 살아가면 부자도 충분히 가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돈 앞에서 가장 초라함을 느낄 때는 베푸는 마음 앞에서, 혹은 소중한 사람 앞에서 하나하나 재고 따지는 내 모습을 마주할 때였다.
또 한편으로는 돈이 많은 사람, 부유한 사람에 대한 과대평가도 분명히 있었다. 그 사람이 고른 기준과 생각이 내 것보다 더 옳고, 더 값어치 있어 보인다는 착각에 자주 빠졌던 것 같다.
다만 지금의 나는, 첫 월급을 받았던 나보다 조금은 단단해졌다. 이제는 부유하고 유복한 사람을 보아도 예전처럼 무작정 올려치기 하지 않는다. 물론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분석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재정이라는 영역에서 스스로 독립하고 자생하며 돈을 다루는 능력은 자신감, 그리고 나를 향한 믿음과 생각보다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재정관이란 살아가며 돈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상태다. 카드값이나 다음 달 생활비처럼 욕구에 끌린 소비로 인한 고민이 아니라, 앞으로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무엇에 가치를 두고 투자할지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고민만 남아 있는 상태.
또한 투자 대상과 가치를 나만의 기준 안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돈에 집착하느라 정작 나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지나치게 인색해지지 않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돈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삶. 사람과 관계, 사랑처럼 통장 잔고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재정 상태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삶이다.
나는 돈 앞에서 조금 더 자신감 있고, 돈 때문에 나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벌어들인 돈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 그 과정 속에서 내 안에서 떳떳한 내가 되어가는 것. 아마 이 글은 돈을 잘 모으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신, 돈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어떤 나로 살아가게 만드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과정 한가운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