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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김 Dec 07. 2020

자율주행차를 골목길에서 마주친다면

디자인 톺아보기 (2)

IHSED 2019, Interaction at the Bottleneck – A Traffic Observation, Michael Rettenmaier을 개인적인 공부를 위해 정리한 글로 원문과 내용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지만, 당분간은 기존의 교통체계와 혼합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즉, 아직은 모든 것이 자동화되지 않으며 자율주행차와 그렇지 않은 기존의 차량이 마주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령, 일방통행 도로와 같은 좁은 길목에서 마주친 두 차량을 생각해봅시다. 한 대는 자율주행차, 한 대는 보통 차량입니다. 이 둘은 어떻게 통신해야 할까요?


한 가지 해결책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기존의 도로에서 일어나는 소통 방식을 따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통신 신호를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방향 지시등을 사용하거나, 살짝 왼쪽으로 틀어서 오른쪽으로 마주친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Imbsweiler(2016)은 도로의 제한적인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방어적인 태도, 혹은 공격적인 태도를 선택하여 통행권을 양보하거나 혹은 고집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좀 더 본격적으로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곳에서 운전자들이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 관찰하기로 합니다. 실제로 제한 속도 30km/h가 있는 도로 위의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했습니다. 마주 오는 두 차량이 양 끝에 방해물이 있을 경우 서로 어떻게 양보하거나, 혹은 고집을 부리면서 지나가는지 관찰하기로 한 것이죠. 

Dietrich, A., et al.: interACT (2018)


interACT라는, HTML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된 관찰 도구를 개발해 정해진 도로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기록하고 분석하였으며, 50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해냅니다. 상대방 차량에 보내는 암시적인 신호로는 가속, 감속, 속도 유지, 정지와 같은 차량의 움직임 외에도 경적을 울린다거나, 플래시 헤드라이트, 손 흔들기나 손 올리기 같은 보조적인 수단도 포함되었습니다.


결과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서로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적(손을 들거나 흔들기)인 수단보단 간접적인 수단을 훨씬 많이 사용했습니다. 가속해서 지나가는 경우는 50개의 상황 중 19개였으며, 대부분은 감속하거나 속도를 유지, 혹은 잠시 정차하였습니다. 간접적인 경우에 순서를 양보받았을 때 운전자들은 감사의 표시를 주고받기 위해 손을 흔들거나 들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차량이 속도를 유지한 채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늦게 도착한 차량은 양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차량이 동시에 좁은 구간에 도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동시에 도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직접적인 방식(수신호 , 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하나 더 보태자면 그들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수신호를 사용하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병목 현상에서 운전자들은 대체로 간접 적진 방식을 통해 소통합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와 수동 운전자가 좁은 길에서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자면 직접적인 수신호를 주고받을 필요 없이, 가속과 감속 같은 암시적인 소통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율주행차가 먼저 좁은 길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속도제한이 있는 도로라면 가속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 오히려 감속을 해서 늦게 온 수동 운전자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안전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와 그렇지 않은 차량 사이의 소통 방식을 기존의 방식에 대입하거나 변형하여,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 탐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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