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흥미로운 서비스 <흐름 드 살롱>을 리뷰.
플레이리스트만 만들어도 돈이 된다?
<흐름 드 살롱>은 소셜 오디오 플랫폼으로, 직접 음악을 만들거나, 라디오를 진행하지 않아도 기존의 고퀄리티 콘텐츠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즉, 오디오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사람도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온 만큼, 그것을 '골라' 주는 것도 하나의 창작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최근 개편한 카카오 <뷰>가 떠오른다. 카카오는 누구나 <뷰 에디터>가 되어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취향과 관점을 '뷰 보드'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뷰 보드를 작성하는 이들은 자신의 보드를 선호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콘텐츠 창작자만이 아닌 편집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글로 적힌 콘텐츠는 링크를 통해 큐레이션 하면 그만이지만, 오디오는 저작권 때문에 쉽지 않다.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대부분 수익 창출을 할 수 없다. '흐름 드 살롱'이 가진 강점은 저작권이다. 그들은 지상파 라디오나 음원을 저작권 걱정 없이 송출할 수 있도록 음악 저작권을 자체 보유하면서, DJ들이 저작권 걱정 없이 팔로워들에게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서 <살롱>이라는 소셜 오디오 스페이스를 추가해 기존 <흐름>에서 <흐름 드 살롱>이라는 앱으로 재탄생했다.
<흐름>에서 음악을 듣고, <살롱>에서 이야기하고.
<흐름 드 살롱>의 서비스는 두 가지로 나뉘는 독특한 형태다. <흐름 Hreum>에서는 DJ들이 공유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다. 음악뿐 아니라 MBC, SBS, KBS 등 방송 3사의 라디오도 들을 수 있다. 선정된 흐름은 단순 플레이리스트가 아니고 DJ의 방송이기 때문에 노래를 변경하거나, 순서를 바꿀 수 없다. 마치 방송을 듣는 것처럼 정해진 노래를 들어야 한다. 만약 따로 노래를 듣고 싶다면 아웃링크로 연결되는 유튜브를 통해 재생할 수 있다. 아마 인앱에서 재생되어야 광고 수익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살롱 Salon>에서는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 스푼 라이브처럼 실시간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다. 최대 8명이 동시에 스피커로 참여할 수 있다. 다른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연결하는 방식, <흐름>의 플레이리스트 활용, 다양한 토픽 지원이다.
개인이 방송을 만들고 누구나 들어오게 하는 방식의 클럽하우스나 음과는 달리 <살롱>은 랜덤으로 연결된 다른 사람과 방송을 동시에 열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매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매우 심심하기>라는 기능을 쓸 수 있는데 앱 내 화폐인 별 10개가 소모된다. 별은 개당 100원 정도이니, 한 번 연결에 1,000원 정도를 쓰는 셈이다.
<살롱>에서 라이브를 진행할 때 '심심하지 않도록' 콘텐츠와 오디오를 지원한다. 다른 DJ들이 만든 <흐름>을 내 라이브에 불러와서 배경으로 재생할 수 있다. 음량도 조절 가능하고, 나에게만 들리게 설정할 수 있다. 카카오 음을 쓰면서 대화 주제가 떨어지면 어색한 상황이 왕왕 있다. 확실히 저작권 걱정 없는 배경음악은 대화의 윤활유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토픽 TOPIC> 기능을 활용하면 라이브 진행이 어색해지지 않도록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최근 IT 이슈, 랜덤 질문, 밸런스 게임, 라이어 게임, 음악 이야기 등 토픽을 선정할 수 있고, 이에 관심 있는 시청자가 방송에 유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무나 DJ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DJ가 흐름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심사 과정이 따로 존재한다. <흐름>에 가입해서 플레이리스트 제목, 장르, 태그를 작성하고 흐름을 구성할 오디오를 30분 이상 구성해야 한다. 다음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DJ로 승인해주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조건의 경우, 걸러내기 까다로울 것 같은데 어떤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같은 가수, 앨범만 공유 (00의 00집 앨범)
같은 노래를 중복, 혹은 연속해서 삽입.
공유가 아니라 개인 청취 목적으로 만든 플레이리스트.
DJ도 크리에이터니까. DJ의 일상 공유와 별 후원.
<흐름 드 살롱>을 쓰면서 가장 참신하면서 어색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DJ 페이지>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DJ들도 하나의 크리에이터기 때문에 Fan들이 팔로우하고, 구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DJ들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개인 인스타그램 링크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 또한 구독자들은 DJ에게 후원하면서 자신의 팬심을 드러낼 수 있다. 앱을 둘러보면서 각 DJ들이 후원받은 내역을 살펴보니 보통 5000원 ~ 5만 원 선으로 가볍게 선물을 전하는 것 같다. 다만, 큐레이팅 형태로 콘텐츠를 만드는 DJ들이 자신의 일상을 왜 공유하고 싶어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피드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DJ들이 많았고, 올린 사람도 자신의 사진보다는 상관없는 이미지와 짧은 글이 주를 이루었다.
플레이리스트와 라이브 방송, 왜 동시에 해야 할까?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여 수익까지 낼 수 있는 <흐름>, 그리고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처럼 <흐름>을 활용해서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는 <살롱>. 두 서비스 모두 매력적이다. 다만 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사람이 방송도 해야 하지?라는 점은 의문이다. 아직까지는 두 개로 나뉜 서비스가 하나의 서비스처럼 잘 연결되지 않고 약간 힘겹게 붙여놓은 느낌이 든다. <라이브 방송 기능>, <다른 사람과 음성 연결>, <플레이리스트 공유>, <일상을 공유하는 Feed> 각각 기능이 서비스의 강력한 가치 제안으로 묶여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그럼에도 카카오 뷰처럼 콘텐츠 큐레이터를 하나의 크리에이터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앱 완성도가 떨어져서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면 재생 핸들이 화면을 뚫고 나가버린다거나(?)하는 현상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발전이 궁금해지는 서비스. 작게나마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