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화초 Oct 22. 2019

OTT 전쟁과 다가올 변화들

 나는 영화를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보는 편이다. 멜로, 액션, 스릴러 등 장르별로 주는 재미가 다르고 옛날 영화와 최신영화가 주는 감동 또한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영화를 본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는 나의 무료한 주말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방 안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내 취향의 영화를 전부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전에는 '겨울왕국'과 '기묘한 이야기'를 보려면 넷플릭스 한 곳만 가입하면 되었다. 그러나 디즈니가 자체적인 OTT 서비스인 디즈니+를 출시하며 더 이상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OTT 서비스를 가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디즈니뿐만 아니라 애플, 워너 미디어 등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OTT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것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불거진 OTT 전쟁은 현재 OTT 시장 상위 10 개국에서 45%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2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OTT 사업자들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고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여 신규 서비스 가입자 확보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 주요 OTT 서비스의 콘텐츠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주요 OTT 서비스 콘텐츠 라인업(출처 : 대신증권)

 '기묘한 이야기', '아이언맨', '배트맨' 영화를 보려면 총 3개의 OTT 서비스에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망스러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최근 공중파, 케이블 TV 등을 아예 보지 않는 ‘코드 커팅’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국내 OTT 서비스도 치열한 경쟁전이 펼쳐지고 있다. SKT와 3사 지상파가 결합하여 'WAVE' OTT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했고 CJENM의 경우 'TVING'을 통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는 기성세대에게는 해외 OTT 서비스보다 국내 OTT 서비스가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다만 선호하는 방영 콘텐츠에 따라 해외 시장과 마찬가지로 '코미디 빅리그'와 '라디오스타'를 보기 위해서는 국내 OTT 서비스도 2개 이상 가입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OTT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 수급'이다. 넷플릭스든 디즈니+든 재밌는 볼거리가 풍성해야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OTT 사업자는 독점 콘텐츠 제작과 킬러 콘텐츠 확보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016년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3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OTT 사업자 간 경쟁은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투자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신규 OTT 서비스는 기존 넷플릭스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기본형 상품 구독료가 월 8.99달러(약 1만원) 수준이었다면 디즈니+, 애플+는 이보다 훨씬 더 저렴한 4~5달러(5,500원~6,000원) 수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새로 진입하는 OTT 사업자는 독자적인 고품질 콘텐츠 제작과 가격 할인 정책으로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선점을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중장기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자 측면에서 고품질의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게 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복수의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는 불편함과 경제적인 부담을 고스란히 앉고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비율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미국 가구의 연령별 OTT 서비스 이용 개수 (출처 :  S&P Global)


 또한, 발생되는 문제점은 콘텐츠 소비자의 심리적인 피로도 증가다.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OTT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방대한 콘텐츠 속에서 어떤 걸 볼 지 쉽게 고를 수 없는 결정장애를 겪게 된다. 

넷플릭스 증후군 (출처 : 트위터)

 향후 다수의 OTT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면 이젠 어떤 콘텐츠를 볼 지를 고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OTT 서비스를 써야 할지부터 먼저 고민해야 된다. 또한 여러 개의 플랫폼을 이용하다 보면 콘텐츠 소비자들은 쉽게 피로도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기존 OTT 서비스와 신규 OTT 서비스 모두에게 부정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OTT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모든 산업에 걸쳐 흔히 볼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버블'이라고 얘기가 나올 만큼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큰 산업이다.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하루라도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