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법정
“법정에 들어섰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선생님의 물음은 오래된 상처를 다시 꺼내는 듯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고, 종이 넘기는 소리와 신발 끄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들렸다.
내 이름이 호명될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 이름은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았다.
판사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은 ‘사건의 피고’라는 의미일 뿐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손끝을 꼬집었다. 떨리는 몸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법정 반대편에 그가 앉아 있었다.
나는 눈길을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스치듯 마주쳤다.
그 순간, 그가 피식 웃는 걸 봤다.
그 웃음은 나를 무너뜨렸다.
마치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웃음 하나가 내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옆에 앉은 그의 변호사는 무표정하게 서류를 넘겼다.
때로는 짧게 속삭이며 웃기도 했다.
그 작은 웃음소리가 내 귀에는 조롱처럼 들렸다.
판사는 담담했다.
감정 없는 목소리로 사건 번호를 말하고, 양쪽 변호사의 의견을 묻고, 서류를 확인했다.
그 목소리는 중립적이었지만, 내게는 차갑게만 느껴졌다.
내가 겪은 고통을 다루는 자리인데도, 그 말투는 마치 사무적인 보고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제발 들어주세요. 저는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어요.”
그러나 법정에서의 내 목소리는 늘 짧고 간결해야 했다.
감정이 담기면 곧장 잘려 나갔다.
그날 법정에서 나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내 변호사가 대신 말했고, 나는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수많은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왜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내가 무슨 죄인이란 말이야.”
그 목소리들은 법정 안에서 단 한 줄도 기록되지 않았다.
돌아보면, 항소심의 재판정은 단순히 사건을 다투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곳은 내 억울함과 두려움, 그리고 작은 희망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원고의 웃음과 판사의 담담함 사이에서, 나는 애쓰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때는 정말, 모든 게 얼어붙은 것 같았어요.”
나는 조용히 말을 맺었다.
선생님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송이 씨, 그래도 그 얼음장 같던 속에서도 결국 버티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