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 아빠는 집에 오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 살기로 했다. 이제부터 나와 내 여동생들은 엄마와 살고 아빠는 다른 곳에서 산다.
왜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는지는 잘 모른다. 아빠는 엄마가 교회에 다녀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빠는 절에 다녀서 엄마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엄청 싫어하셨다. 한 번은 엄마가 집에서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를 카세트로 튼 적이 있다. 아빠는 많이 화가 나셨는지 내 몸만 한 커다란 카세트를 머리 위로 들고서 땅에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카세트는 박살이 났고 문 앞에 서 있었던 내 발아래까지 그 파편이 튀었다. 그 순간 나는 귀가 멍멍해졌고 마치 시간이 빨리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멍하니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두 귀를 막고 고개를 몸 뒤로 돌린 채 몸을 웅크리고 계셨다.
엄마는 아빠가 고함을 크게 지르고 짜증을 내셔도 계속해서 교회에 나가셨다.
교회가 싫었다. 싫기보다 무서웠다. 교회 이야기만 나오면 아빠가 불같이 화를 내셔서 금방이라도 맞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엄마가 그런 나를 교회에 데려갔다. 가기 싫었지만 엄마는 나를 끌고서 교회에 가셨다. 교회에 있는 동안 불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아빠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몇 번이고 엄마를 따라 교회를 갔지만 아빠에게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빠는 나에게 손목에 끼는 염주를 주시고서는 항상 끼고 다니라고 하셨다. 나는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무섭다. 그래서 항상 염주를 목숨처럼 생각하며 손목에 끼고 다녔다. 이 염주를 잃어버리는 날에는 난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맞을 것이다.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 목사님이 그 목숨과 같은 염주를 뺏어가셨다. 이런 거 끼면 나쁜 것이라며 말이다. 난 나빠도 되니까 제발 돌려달라고 했지만 목사님은 야속하게도 그 염주를 돌려주시지 않으셨다. 나는 아빠에게 맞을 것이 두려우면서도 염주를 돌려주지 않는 목사님이 미웠다. 너무너무 미웠다.
'치 아빠한테 다 이를 거다. 아빠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씩씩대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늦은 저녁 아빠가 집에 돌아왔다. 아빠는 씻으신 후 아빠다리를 하시고서 바닥에 앉으셨다. 그리고선 나를 불러 다리 위에 앉히셨다. 그리고 오늘 뭐 했는지 물으셨다. 나는 불안해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다. 염주가 없는 걸 들켜 혼날까 조마조마하며 한마디 한마디를 이어나갔다. 아빠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손목에 염주가 없는 것을 보고서는 염주 어디에 있느냐며 물으셨다.
아빠에게 이를 거라고 다짐했던 것과 달리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없다. 이렇게 나는 죽도록 맞는구나 밖에는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빠의 목소리는 점점 무서워졌다.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아빠가 많이 화날 것이다. 나는 목사님에게 염주를 뺏겼다고 솔직히 말했다.
아빠는 화가 나신채로 옷을 집어 입으시고 선 나의 팔을 잡고 집을 나섰다. 나에게 교회가 있는 곳을 말하라고 하셨고 그렇게 함께 교회로 갔다. 그리고 아빠는 목사님의 멱살을 잡고 당신이 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셨다. 뒤늦게 쫓아오신 어머니와 목사님 옆에 계셨던 교회 사모님은 아버지를 말리셨고 나는 혼자 떨어져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휴 안 혼났다.'
그 뒤로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교회에 데려가려는 엄마와 교회에 간 것을 의심하는 아빠 사이에서 나는 무기력하게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그러다 초등학생 2학년이 되었을 때 아빠는 나에게 물었다.
"아빠랑 살래? 엄마랑 살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랑 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혼날 것 같았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어느 날 혼자서 집에서 나가서 다른 곳으로 가셨다. 이제 집에는 엄마와 나 그리고 여동생 2명만이 남았다.
기뻤다. 이제 집에 아빠가 없다. 나는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