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편지 : 기억과 추억이라는 자산
그 노래에
<머릿속에 가득한 (YO, 기억이)
가슴속에 가득한 (우리 추억이)
흘러가는 시간에 (그 시간에)
아픈 기억조차 소중한 추억이 된다>
이런 가사가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 노래가 떠올랐어.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에서 독립해 잘 살아내겠다는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났던 혜원이
준비하던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뭐 하나 되는 것 없는 지긋지긋해진 서울생활에서
도망치듯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야.
고향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재하와 은숙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며
지쳤던 마음을 점점 회복하는 혜원은
가장 자신다운 방법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게 돼.
무심히 떠난 엄마로 표현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혜원이 일상 곳곳에서 떠올리는 엄마의 기억과 추억을 통해
혜원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어.
딸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한 자산을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혜원이 고향에서 사계절을 살아가는 동안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삼시 세 끼를 해결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은 기억과 추억이야.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 해 먹던 요리를 직접 해 먹고,
엄마의 요리를 함께 먹던 친구들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거든.
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나는
좋은 기억과 추억이 많을수록
세상 풍파 속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자산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
어떤 선택을 할 때,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슬프고 힘들 때 등
중요한 순간이나 부정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선택과 결정을 하는데 기억과 추억은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
부정적인 기억이 힘을 발휘할 때면
현재도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긍정적인 추억이 힘을 발휘하면
현재도 긍정적인 감정이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
"초등학교 때인가 너 잠깐 왕따 당한 적 있었잖아?"
"내가?"
"진짜 기억 안 나나 보네 나 그때 좀 많이 놀랐는데 다른 애들 같으면 엄청 힘들어하고 그랬을 텐데 너는 그냥 나는 신경 안 쓴다 니들 마음대로 해라 그러더라고 게네들이 너를 왕따 시키는 게 아니라 니가 게네들을 왕따 시키던데 그러다 보니까 어느 날부터 안 괴롭히고, 너 그때 좀 멋있었어. 기억 안 나?"
"안 나는데"
'기억났다'
"엄마 나 왕따인 거 같애"
"왕따? 왜?"
"모르겠어 그냥 뭐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하구 노는 데도 안 끼어 줘"
"내버려 둬"
"뭐?"
"니가 반응하잖아? 그러면 게네는 신나서 더 할 걸? 왜?"
"나는 완전 속상한데 엄마는 별 거 아닌 것처럼 얘기하잖아. 엄마인데 위로도 안 해 주고"
"너 괴롭히는 애들이 제일로 바라는 게 뭔지 알아?
니가 속상해하는 거 그러니까 니가 안 속상해하면 복 수 성 공~"
혜원이 왕따를 당해 속상해하던 때는
아마 그 당시에는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엄마의 조언과 속상해하는 혜원을 위해 엄마가 만들어준 맛있는 음식 때문에
혜원은 속상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지 않고,
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디저트만 추억으로 오래 간직하는 장면이 나와.
음식을 만들며 때를 기다리는 방법도,
색다른 방법으로 요리를 하며 나만의 방식을 찾는 방법도
혜원의 기억과 추억을 통해 배운 것들이야.
그리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
일상에서 중요한 영향을 발휘하는 기억과 추억이기에
관계를 맺어가는 데 있어서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 동료이든, 오늘 보고 다신 안 볼 관계든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 번 새겨진 아픈 기억과 상처는
주는 사람은 한 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받은 사람은 그 한 번이 자꾸만 떠오르는 상처가 되어 여러 번 아플 수 있기 때문이야.
일상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기억과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이 영화를 보면서 다짐하게 됐어.
예쁜 풍경과 힐링 에너지를 편안하게 뿜어내는
리틀 포레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만 줄일게.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