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야 안녕.
언제부터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했을까.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대형 영화관의 익숙함이 자리잡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
오페라의 유령과 타이타닉, 엽기적인 그녀를 동네 작은 영화관에서
감탄과 함께 봤던 기억. 주말에 어둑한 저녁 영화를 즐기던 시간,
비디오 가게를 서성이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릴 때 나는 "말 잘한다"라는 소리를 곧잘 듣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점점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알아갈 나이가 쌓여가면서.
그리고 어릴 때와는 달리 아무 기대 없이 그냥 나에게 집중하며 들어주는 청자보다는
나에게 어떤 기대와 평가의 잣대를 가지고 듣는 청자가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입 밖으로 내뱉는 말보다는 입속으로 삼키는 일이 많아졌어.
그렇게 쌓인 말들이 많아지면서, 조용히 내속을 비워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다행히 나는 너를 만나며 온전히 나에게 맞는 나만의 말하기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너와 함께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지구 상에 없는 곳을 여행하고
그곳에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훌훌 털어내고 오는
가벼운 기분이 들거든.
암전이 될 때, 영화사 로고가 뜨고 영화가 시작할 때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듯한 흥분과 설레임.
그 감성은 시간이 지나도 너를 만나는 횟수가 아무리 늘어도
언제나 생생함 그대로인데,
숨 가쁘게 점점 빨라지고 갑갑한 사회 속에서 이런 오아시스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30대 중반. 올해 2021년 비장하게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핸드폰 한번 보는 것도, 잠시 쉬는 시간,
밥 먹고 자는 시간까지 통제하며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도전도 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 계획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어.
후회를 하지 않을 만큼 시간을 쏟았는데 과정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니
그동안 인내했던 시간이 바보같이 느껴지고 너무나 허무하고 허탈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
심지어 항상 연결되어 있던 영화와의 시간도 모두 참고 노력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모든 열정이 바닥났지만 나는 또다시 무언가를 해 나가야만 하는 성인이기에
그 힘을 다시 찾고자 나의 애정 했던 너와의 시간들을 곱씹어 보기로 했어.
너와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과정들이 쌓여 나도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해피엔딩 스토리를 만들어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