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위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오늘, 애플이 미국에서 애플페이 레이터 (ApplePay Later)를 출시했다. 몇해 전부터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BNPL, Buy Now Pay Later)가 인기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화가 되었다.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 미국의 어펌(Affirm), 호주의 에프터페이(AfterPay) 등. 각국에서 성행 중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쿠팡의 '나중결제', 네이버의 '후불결제' 등이 이미 출시되었고, 신용카드 및 카카오페이의 '후불형 교통카드'도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잡음이 많다. 클라르나는 21년 투자 유치 시 46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22년에는 65억달러로 평가되며 거의 86%가 하락했다. 쿠팡 또한 22년 10월, 나중결제 서비스를 중단했고, 네이버는 한도 30만원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시장은 늘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미개발된 영역, 새로운 소구 포인트를 찾고 그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여 수익을 내고자 한다. 후불 결제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고 할부 결제가 성행하지 않던 미국에서 MZ세대를 기반으로 급속히 유행한 BNPL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시장에 퍼졌다. 각 업체는 이들을 대상으로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값을 지불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했다. 투자자와 기관들은 이들의 동향과 성장세에 주목(클라르나는 1억 5천명의 고객을 유치)하며 이따라 투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어려움에 처했다.
BNPL의 타깃은 명확하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 중/저신용자들이 대상이다. 작동방식은 무이자로 할부결제를 제공하는 것으로, 결제업체 및 BNPL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여러 차례 나눠서 결제 업체 및 BNPL 사업자에게 대금을 지불(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대신 BNPL 사업자는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수취(평균 3~6%)하는 구조다. 이로써 해당 타깃의 사용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서비스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었는데, 이는 후불 결제라는 매력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처럼 연회비가 없고, 신용점수를 따지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속도로 마켓에서 지위 확보가 가능했다.
한국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하다. 한데 해당 시장의 이용자는 미국과 유럽처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연체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후불결제 서비스 도입 업체들은 자체적인 알고리즘 등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결제비용 지불 가능 여부를 간접적으로 검증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나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 모델과는 다르기 때문에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플랫폼은 결제 상한 금액을 소액으로 제한하거나 (네이버페이 = 30만원) 연체 이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상품의 선구매, 결제금액의 후지급 모델은 그만큼 채권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기 가수의 공연을 예매한 후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일이 일상화된 한국의 경우, 해당 후불 결제 서비스도 악용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후불 결제 한도를 75~80% 할인율로 상품을 대리 구매해준 뒤 판매자에게 현금을 입금 받는 '현금깡'이 판을 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은 높은 연체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토스는 연체율이 3%를 넘겼고, 네이버페이도 2%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 미만)
결국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이런 현상을 가만히 두고 볼 리는 없으니까. 신용평가가 되지 않는, 되더라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는 현 서비스로는 사용자의 채무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어서 과소비와 연체율 심화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연체정보 공유가 제한되므로 쿠팡에서 연체 중인 사용자라고 하더라도 네이버에서 후불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또한 BNPL 서비스 이용자가 결제금액을 연체하더라도 신용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체정보를 신용평가사에 등록하더라도 공유할 수 없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NPL 서비스는 사용자를 플랫폼과 서비스에 묶어둘 수 있다는 (락인 효과) 장점이 있다. 더 많은 결제를 이뤄내고, 더 많은 활성 사용자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네거티브한 이슈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시장이 커질수록 금융당국의 규제도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FRB (미연방준비제도)가 작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사용자의 51%가 'BNPL이 유일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이용한다'라는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한국도 해당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미 현지시간으로 23년 3월 28일, 애플 또한 성장 중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애플페이 레이터를 출시했다. 기회는 분명히 존재하고, 위기와 경쟁을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가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각각의 플랫폼에서 적용 중인 자체 신용평가 모델이 더 정확도가 높아지고, 개별 업체나 신용평가기관과 어느 정도 공유가 가능해진 상태에서야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카드사처럼 후불결제를 풀어놓으려면 결제한 금액을 회수할 분명한 시스템이 있는 선에서 더 활용할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기획자는 시장의 가능성, 비즈니스 임팩트, 새로운 고객의 확보 등을 발견하고 뛰어드는 사람이다. 나 또한 기획자로 살아가기를 자처하면서 이런저런 뉴스를 보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늘 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서비스를 참여하거나 보다보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회를 발견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있는 가설을 테스트하고 증명해나가는 과정이 그에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구나 하는 걸 느낀다.
방금 써본 글도 마찬가지다. 애플페이 레이터가 출시되었다는 글을 보고서 공부할 겸 이런 저런 기사를 참조하며 글을 써보았다. 물론, 오류가 많은 글일 것이다. (많은 지적 바랍니다...) 경험과 학업이 부족한 나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곁에서 배우고 익힐 시간이 없었다. 그러므로 세상이 돌아가는 현상과 작동하는 방식들을 보며 스스로 사고 연습을 해보는 것만이 내가 좀 더 압축적으로 성장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