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이 인문고에서 살아남기 4
수행평가가 뭐예요?
시험보다 더 큰 난관은 사실 수행평가였다.
녀석은 중학교때까지 정규학교에 다녔지만, 대학진학이나 공부가 필요할 일이 있을 줄 몰랐기 때문에 수행평가에서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도 선생님들도 나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집중이 어려운 장애가 있는데다, 수행평가나 과제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녀석은 다른 생각에 빠져서 선생님이 공지해주는 알림 사항을 듣지 못하기도 하고, 듣더라도 어떤 것이 수행평가에 대한 공지인지 정보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집중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고, 수행평가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없으니 과제를 기간 내에 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제때 숙제를 해서 낼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는 과목별로 선생님이 다르고, 담임선생님이 교과목별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담임선생임께서 알려주실 수가 없는 환경이다. 같은 반에 녀석을 도와주는 도우미 친구들이 수행평가나 시험 범위를 수첩에 적어주는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수업시간 중에 수행을 하게 되면 이름만 써서 내는 일이 빈번하였다.
가장 내가 속상한 경우는 애쓰게 숙제를 해서, 학교에 가서는 제출하는 것을 잊고 가방에 그대로 있는 과제물을 발견했을 때다. 우리는 함께. 열심히 공부를 하였지만, 이제야 시작한 공부로 시험성적이 좋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과제의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제출기한을 잘 지켜 내는 것이 중요했는데, 자폐적 특성으로 그것은 너무 어려운 과업이었다.
학습은 일대일로 하면 가능했지만, 시험을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수행과제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과연 녀석이 대학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쳐갔다. 이런 상태로 대학을 가면 대학생활과 공부가 스스로 될지... 부정적 생각이 차올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정적 생각과 싸우는 것이 공부를 돕는 것보다 힘들었다. 녀석이 대학을 가고 싶다고 했지만, 녀석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갖가지 많은 추상적 개념을 익히려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느라 마음이 무겁고 지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