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작가'입니다

강연을 마치고

by 권한별

강연 시작 하루 전, 도서관 담당자분의 목소리에 기분 좋은 당혹감이 묻어 있었다. "작가님, 원래 준비한 좌석이 진작에 다 찼어요. 대기 가능 인원도 거의 다 찼을 정도에요. 당일에 노쇼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네요.”


강연 당일, 시작까지 1시간 정도를 남기고 미리 도착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신청하신 분만큼 많이들 오실까 하는 걱정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한 분이라도 오셔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아주 작게나마 영감을 얻어 가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오늘은 성공이라는 다짐을 되새겼다.


그렇게 강연은 시작되었고, 강연에 집중하다 문득 강의실 안을 둘러보니 자리를 모두 빼곡히 채우고도, 간이의자를 놓고 앉은 분까지.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어딘가 낯익고 친근한 분들, 그리고 그 선한 눈빛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작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보러 온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각자의 삶이라는 전장에서 치열하게 버티다, 잠시 멈춰 서서 '나의 이름'을 되찾고 싶었던 마음이 그들을 이 공간으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강연의 주제는 <우리는 모두 ‘작가’입니다>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매끄럽고 완벽한 문장을 쓰는 법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내 인생에서 간직해온 기록과 흔적들, 남에게는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해 곪아버린 문장들을 어떻게 다시 써 내려갔는지에 대해 고백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60억 인구에게 60억 가지의 스토리와 시놉시스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글로, 문장으로 적기 시작할 때 우리의 삶은 '서사'가 될 수 있다. 강연 중 청중들의 고개가 깊게 끄덕여질 때마다, 나와 그들의 또 새로운 서사가 시작된 것이다.


강연이 끝난 후 한 자, 한 자 읽어본 설문지에는 정성 어린 문장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재밌었다.’, ‘유익했다.’라는 소감부터 ‘이 강연을 통해, 작가의 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런 강연을 더 많이, 계속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까지.


수십명의 타인이 모였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하나의 그루터기에 함께 앉아 있는 동료가 되어 있었다. 내가 던진 문장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다시 빛을 내는 과정. 그것은 소름 돋을 만큼 경이로운 경험이었고, 내 인생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그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신호였다.


강연을 마치고, 도서관 담당자분이 말씀하기로는, 프로그램 사상 가장 많은 분들이 오셨다고 한다. 본인의 이야기를 빛나는 글로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는 한때 삶의 변두리로 밀려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증명했다. 밀려났던 그 자리가 사실은 가장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자리였음을, 그리고 진심을 다해 나의 이름으로 말할 때 세상은 반드시 응답한다는 것을.


이제 나는 이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5월, 수원의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속에도 작은 연필 한 자루를 쥐여줄 생각이다. 누구보다 멋있게, 고유하게 빛나고 있는 너희의 삶을 근사한 문장으로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인생이라는 글의 서문을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가 보자고 말이다.


도서관 문을 나서며 차가운 겨울 공기를 온몸으로 맞았다. 하지만 가슴 속에는 청중들이 남겨준 온기가 여전히 뜨겁다. 오늘 와주신 모든 분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을 모든 '작가'님들께 이 글을 빌려 감사를 전한다.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집필 중이다.

KakaoTalk_20260207_115835123.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1.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2.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3.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4.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5.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6.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7.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8.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09.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10.jpg
KakaoTalk_20260205_170620982_11.jpg


작가의 이전글[방백]안녕하세요. 권한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