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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Nov 06. 2019

왜 공유오피스에서 일하세요?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다.

서로 다른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을 정해 하나의 층을 공유하고, 하나의 건물에 입주한 다양한 기업들이 규칙에 따라 동일한 장소를 필요할 때마다 공유한다. 그래서 공유오피스다. 혹자에게 이는 공유경제 시대의 일시적 유행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가 물었다. 공유오피스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프리랜서 영화번역가로 일하는 황석희 씨는 최근 업무 미팅을 위해 서울역 근처에 있는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업체의 사무실을 찾았다. 방문자 자격으로 입장한 공유오피스 공용라운지에서 미팅을 마친 후 다음 일정까지 남은 시간을 보내고자 잠시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했다. 그는 비록 잠깐의 경험이었지만 만족감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공유오피스의 공용라운지는 일종의 카페 같은 곳이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회사의 직원들이 커피나 맥주 같은 음료를 마시며 기분전환을 하거나 미팅을 하거나 사무실을 벗어나 업무를 보는 공간이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커피숍은 아무래도 일하는 공간은 아니잖아요. 그냥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좀 산만하고, 시끄럽기도 하고요. 공용라운지는 공유오피스라는 공간에 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라 업무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분위기도 차분했고요.”


그렇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일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출근할 필요가 없는 프리랜서라 해서 직장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신체발부에 포함되는 대장의 최하부를 지칭하는 직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해당하는 직장 말이다. 프리랜서가 꾸준히 커피숍에서 업무를 본다면 그에게 직장이란 해당 커피숍이 될 수 있다. 결국 직장이란 일하는 사람이 주로 일하기 위해 머무르는 곳을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이라는 의미를 회사의 사무실로 손쉽게 구체화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한 직장이란 공간이 바로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에 출근한다’는 것이 곧 ‘회사에 출근한다’는 의미와 상통한 삶을 살아온 덕분일 것이다. 그만큼 회사에서 경험한 사무실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강렬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공적인 업무의 편의를 위해 구획됐지만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책상 하나만큼의 너비를 존중하기 위해 설치된 파티션의 장벽. 부서와 직급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책상들의 행렬. 구조와 위치만으로도 업무적 책임과 권한이 읽히는 분위기. 전통적으로 사무실이라면 으레 떠오를 수밖에 없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여겨지는 풍경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하는 요즘의 세상에서 오피스 공간의 성격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책상마다 개개인의 영역을 명확하게 가르던 파티션이 사라지고, 직급의 위계에 따라 순서대로 배치되는 자리의 구조까지도 제한을 두지 않는 사무실이 늘어났다. 전통적인 위계질서의 규격을 풀고, 직원 간의 장벽을 낮추는 대기업들이 생겨났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젊은 재능과 야심을 보다 과감하게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 수직적인 위계질서의 폐쇄성이 구조적으로 반영된 사무실을 오픈 스페이스로 변형시키는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다.


“관리자급 직원들의 교육이 중요해요. 자리 배치만 바꾸는 게 아니라 의식 자체도 그런 변화를 따라가야 하니까. 책상과 책상 사이에 파티션이 없어지고, 심지어 별도의 룸을 갖고 있던 직급의 관리자가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자리해야 하는데 태도가 따라 변하지 못하면 문제가 되잖아요 부서에 따라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다르고, 조직 간의 질서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게 이상한 충돌이 될 때도 많고. 결국 사무 공간을 개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되는 상황 안에서 개인차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거 같아요.” 최근 사무실을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한 대기업 관리자급 직원의 말에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회사의 야심이 기존의 회사 문화에 익숙해진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새로운 문화에서 성장한 사회 구성원으로 새롭게 유입된 사회로 유입되는 새로운 세대로 인해 기성세대로 구분되는 기존의 사회 구성원들의 과도기적 혼란이 사무 환경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사무실을 알아보는데 공유오피스를 추천하는 지인이 좀 있었어요. 창업 준비 단계에서 이미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공유 공간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매력적이었죠. 무엇보다도 대기업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내 입장에서 공유오피스는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격이었고요.” 최근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새롭게 콘텐츠 회사를 창업한 김주은 실장은 신생 공유오피스에 둥지를 틀었다. 일종의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유오피스에서의 경험을 선택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콘텐츠가 유통되고,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응용한 서비스 모델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공유오피스는 사업 초기 사무공간에 투자할 여력이 마땅치 않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폭넓은 인프라를 제공하는 공간 임대 서비스로서 각광받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위워크를 비롯해 현재 공유오피스라 불리는 공간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몇몇 대기업들까지 사업에 뛰어들며 보다 넓은 사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기업 혹은 조직 혹은 개인이 제공받는 기본적인 서비스는 사무 공간의 제공이지만 공유오피스가 제한적인 오피스 공간의 사용권한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공유오피스는 다양한 업체들이 오피스를 공유하는 형태로 마련된 임대업 서비스이지만 동시에 오피스가 자리한 사이사이 혹은 층층마다 자리한 어떤 공간들을 질서 있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앞서 언급한 공유라운지 같은 경우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모든 업체의 직원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다. 커피와 맥주를 비롯한 음료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간단한 미팅이나 회의가 가능한 테이블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확실히 미팅룸에 대한 만족감이 있었죠.” 최근까지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영상 콘텐츠 제작자인 임홍재 PD는 일반 오피스로 이주한 뒤 확실히 공유오피스가 제공하는 회의실의 편의성을 체감했다고 한다. “연예인을 섭외해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종종 프라이빗한 미팅룸이 필요한데 공유오피스에서는 그런 점을 확실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공유오피스에는 입주한 업체들이 자유롭게 예약해 쓸 수 있는 공유 회의실이 적지 않게 구비돼 있다. 덕분에 업무 특성상 미팅이나 회의가 잦은 이들에게는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개인 혹은 소수로 입주해 실질적인 사무공간을 작게 쓰는 이들 중 대외적인 미팅이 필요한 경우에 이는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김주은 실장 역시 미팅룸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가끔 다른 입주자들과 시간이 맞물렸을 때엔 예약을 선점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지만 확실히 회의실이나 미팅룸 환경은 대기업보다도 좋은 거 같아요. 일반적인 대기업도 회의실마다 프로젝터나 모니터까지 설치한 곳은 드문데 공유오피스에는 회의실마다 그런 설비를 다 갖춘 덕분에 외부 인사가 방문해 미팅을 진행하거나 회의를 할 때 상당한 만족감이 있었죠.”


회의실뿐만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많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점유한 사무실 너비 이상의 공간적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레바리에서 기획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육헌 씨는 이런 장점을 십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인당 업무 공간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넓은 공간을 쓰고 있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무실에서 벗어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실질적인 체감 공간은 보다 넓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층마다 별도로 라운지가 있고, 사무실에서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다른 층의 회의실이나 개별적인 라운지에서 업무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업무를 하는 공간의 너비는 비슷하겠지만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공간이 많으니 실제로 점유하는 공간이 보다 넓다고 느껴지는 거죠.” 동시에 공용라운지는 공유오피스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찾아오는 공간이란 점에서 마케팅이 필요한 브랜드나 제품을 가진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의 장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공유오피스에 입주하지 않은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기업에서 자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이벤트나 강연이 진행되기도 한다. “공용라운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다양한 회사의 직원들과 인사하고 어울릴 기회가 생기죠. 가끔씩은 사람들이 어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업무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될 때도 있어요.” 이육헌 씨의 말이다.


새롭게 사업을 도모하는 입장에서는 공유오피스가 더욱 매력적인 조건이 된다. 공유오피스는 1인당 가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입주하기 때문에 인원이 늘어나면 사실상 가성비가 떨어지는 공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 테면 2인이 입주하게 되면 대부분의 공유오피스에서는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책정될 텐데 100만 원 미만의 인원이 근무할 수 있는 2인 규모의 오피스텔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용은 단순히 공간을 구하는 데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최소한 개인당 일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하나씩은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구와 기기들이 요구된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관리비가 발생하는 동시에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보증금이 들어간다. 사업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과 유지비용 그리고 유지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노동력이 만만치 않다. 대외적인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기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노동을 절감한다는 측면에서 공유오피스의 입주비용은 납득할만한 기회비용이 된다.


물론 공유오피스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공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니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해요. 전화룸이 따로 있긴 하지만 통화할 때에도 너무 시끄럽게 말하지 않으려 주의하거나 나가서 전화를 받아야 할 때도 있어요. 개인 사무실을 쓸 때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들을 신경 써야 하는 측면은 있죠.” 김주은 실장의 말이다. 지역마다 공유오피스의 환경적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에 비해 지가가 낮은 서울 강북의 공유오피스들은 강남보다 너른 면적의 건물에 입주해 있고, 그만큼 더 여유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택지에 따른 만족도도 각기 다를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공유오피스 브랜드마다 특성이 다르고 부가적인 서비스와 가격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업무적 특성에 따라 브랜드의 선택 자체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신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 같은 프로젝트 팀을 만들거나 별도의 TF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해당팀을 공유오피스에 별도로 사무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는 공유오피스가 도전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 특히 스타트업 계열의 회사에는 최적화된 분위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공유오피스는 산업적인 변화에 어울리는 사무 공간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가 흘러가 모인 바다처럼 보인다.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 이상의 가치가 느껴진다. 시대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의 욕구도 새로워지고, 이런 욕구에 충족되는 서비스를 채우려는 사업도 활발하게 생성될 것이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경향이다. 결국 새로운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대에서 공유오피스는 더욱 넓고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산업이 될 것 같다. 세상에서 일이라는 단어가 종말 하지 않는 이상,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정지하지 않는 이상, 그럴 것 같다.


('Urbanlike' 매거진 39호 'THE WORKPLACE' 특집에 기고한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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