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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Oct 21. 2019

미디어 커머스란 무엇인가

콘텐츠가 살면 제품도 사는 시대가 됐다.

발품을 팔아서 물건을 구한다는 말은 오래된 가사처럼 낡아버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손가락의 몇 차례 충돌만으로 의식주 대부분의 것들을 해결한다. 장사하기에 목 좋은 곳은 더 이상 명동도 가로수길도 아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을지도 모를, 당신의 스마트폰이다. 터치 몇 번만 하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하다는 대부분의 것들이 문 앞까지 배달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이커머스 거래액은 약 113조 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세를 기록했다. 동기간 전체 소매 거래액의 성장률이 전년대비 1.6%에 불과한 것을 놓고 보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분명 대단한 것이다.


왜 미디어커머스인가

요즘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용어는 아마 미디어커머스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 이후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도 급변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쇼핑 매출은 2016년을 기점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는 PC쇼핑 매출을 역전했고, 격차를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소비가 점점 활발해지면서 이커머스의 시장의 패러다임도 급변했다. 요즘 이커머스를 대체하는 언어는 미디어 커머스라 불리는 콘텐츠 기반의 커머스 방식이다. 비디오 커머스 혹은 콘텐츠 커머스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스마트폰 시대의 광장이라 할 수 있는 SNS 채널에서 제품의 인식을 부르는 콘텐츠를 게재하고 소비자들의 인지를 사로잡은 뒤 제품의 구매 전환 효과를 높이는 흐름을 유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미디어 커머스 사에서는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사에 의뢰해 제품을 생산한 뒤, 유통과 영업, 홍보까지 제품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대단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적당한 비용과 인력이 있다면 제품을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팔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걸 해결해준 것이 바로 스마트폰과 SNS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TV와 마켓을 항상 손에 쥐고 다니는 시대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보고, 산다.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판매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인식을 확 끌어당길 콘텐츠의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웹드라마 콘텐츠나 모바일 방송 스트리밍을 적용한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이런 류의 커머스 사업을 펼쳐 나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미디어 커머스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지난 6월에 유튜브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웹 예능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한 유명 미디어 커머스 회사가 제작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광고로서의 기능보단 미디어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형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커머스보다 미디어에 방점을 찍은 결과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콘텐츠가 살아야 커머스도 산다

요즘 미디어 커머스 회사들이 주목하는 시장은 향수와 남성용 쿠션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실제로 매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SNS 채널에서 눈에 띄는 향수 제품들은 향수를 사용했을 때 이성의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리액션으로 보여준다. 남성용 쿠션은 커버력이 좋은데 실제 피부톤에서 들뜨지 않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피력한다. 이 제품들이 미디어 커머스사의 주목을 받은 건 영상 콘텐츠로 제작했을 때 즉각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러니까 판매할 제품을 선택할 때에도 후반에 진행될 콘텐츠 마케팅과 핏이 맞는 제품군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기획/생산부터 판매/홍보까지, 전체적인 플로우를 고려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하다.


콘텐츠 커머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커머스’이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오는 건 ‘콘텐츠’다. 콘텐츠라는 인식으로 이륙해 커머스도 착륙해야 한다. 동시에 미디어 커머스 마켓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소비자의 피로도도 증가하고 있으며 콘텐츠에 대한 경계심은 점점 강해졌다. 판매 목적이라는 것이 우선 인식되면 채널을 돌리듯 반사적으로 피드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넘겨버린다. 손가락으로 쓱. 콘텐츠로서의 재미가 약하다면, 소비자로서의 엄격함이 강해진다. 반대로 콘텐츠로서의 재미가 강력해지면, 시청자로서의 호감이 상승한다.


소비자의 인식을 사로잡을 콘텐츠에 대한 예측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소비자를 사로잡는 콘텐츠 비법 같은 걸 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장담하건대 8할은 사기꾼이고, 2할은 멍청이다. 어떤 콘텐츠가 강력한 소비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꾸준히 던져보는 수밖에 없다. 다양한 콘텐츠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해 꾸준히 제시해보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소비자도 안다. 한번 반짝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별로인 건 오래 못 간다. ‘믿거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오래 속아주지 않는다. 콘텐츠도, 제품도. 하지만 소비자는 알면서도 가끔 속아준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인정한다. 볼만한 건 보고, 느낄 만한 건 느낀다. 속아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어야 속아준다는 말이다. 맞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모두 다 버티고 있다. 미디어커머스라는 링 위에서. 오직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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