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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ul 02. 2020

쇼퍼블 콘텐츠로 판다

미디어 커머스의 최전선, 쇼퍼블 콘텐츠에 관하여.

발품을 팔아서 물건을 구한다는 말은 오래된 가사처럼 낡아버렸다. 이제 스마트폰 액정에 손가락을 몇 번 두들기는 것만으로 의식주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명동이나 가로수길보다도 목 좋은 매대를 세울 수 있는 곳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지금은 미디어 커머스 시대

시장분석기관인 DMC미디어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 ‘2020 디지털 차트: 국내 e-커머스’ 리포트에서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4조 7천9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거래액보다 2천800억 이상이 증가된 것으로 분기별 모바일 쇼핑 거래액 중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올해 1분기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지난해 4분기보다 줄었다. 이런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던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을 역전했고, 그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여신금융협회에서 취합한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카드 승인액은 2월보다 4조 원가량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승인액은 2조 원 이상 성장했는데, 이러한 성장의 기반은 스마트폰을 통한 소비가 활성화된 것과 직결된 결과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을 통한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의미하던 이커머스도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매매와 소비가 이뤄지는, 보이지 않는 상점이 된다. 그리고 전통적인 이커머스가 오프라인과 유사하게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거점으로 소비자가 찾아가는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면 지금은 또 다른 방식으로 변모했다. 제품과 상점이 소비자 앞으로 찾아오는 방식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요즘 이커머스를 대체하는 언어는 미디어 커머스라 불리는 콘텐츠 기반의 커머스 방식이다. 비디오 커머스 혹은 콘텐츠 커머스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스마트폰 시대의 광장이라 할 수 있는 SNS 채널에서 제품의 인식을 부르는 콘텐츠를 게재하고 소비자들의 인지를 사로잡은 뒤 제품의 구매 전환 효과를 높이는 흐름을 유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종의 유사 광고 영상을 게재하며 소비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미디어 커머스 방식은 TV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광고 방식을 응용한 결과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바일에서 실시간 접속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채널의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실시간으로 구매를 연결하는 홈쇼핑 방식을 응용한 라이브 커머스까지 등장했다. 광고를 통해 제품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거나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와 소비의 흐름 체계를 일원화시키는 방식으로 미디어 커머스가 진화한 것이다. 


쇼퍼블 콘텐츠의 대두

이와 함께 디지털 마케팅 방식으로 쇼퍼블 콘텐츠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쇼퍼블 콘텐츠란 이름 그대로 쇼핑이 가능한 콘텐츠라는 것인데, 콘텐츠가 제품을 소개하고 소비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직접적인 소비 자체까지 광고 감상 단계에서 연결해 해결해주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이는 포털사이트와 SNS 채널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커머스로 연결한 미디어 커머스 사가 새롭게 뽑아 든 엑스칼리버인 셈이다. 


올해 1월, 온라인 편집숍 29CM는 29초 쇼퍼블 비디오 ‘29TV’를 정식 출시했다. 29초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특성에 걸맞은 감각적인 영상을 제작해 제품에 대한 소유욕을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콘텐츠 제작 권한을 자사몰에 입점한 브랜드에게 개방함으로써 콘텐츠 제작과 수급을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개별 브랜드가 직접 팬덤을 확보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쇼퍼블 콘텐츠를 바탕에 둔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비롯해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한 SNS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쇼퍼블 콘텐츠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미디어 커머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블랭크 코퍼레이션은 유명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치즈볼과 티셔츠를 ‘완판’하며 화제를 모았다. 블랭크 코퍼레이션은 일찍이 유튜브에서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콘텐츠 형태를 우선적으로 실험하고 경험을 쌓아갔다는 점에서 쇼퍼블 콘텐츠의 유행에 최적화된 흐름을 보여준 사례처럼 보인다.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이나 미디어 커머스 기반의 스타트업만 쇼퍼블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 소비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백화점도 적극적인 쇼퍼블 콘텐츠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자사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고객을 직접 찾아간다. 백화점 매장에 찾아오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백화점 쇼품에 디스플레이된 명품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눈으로 보고, 즉각적으로 구매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SNS 채널에서도 즉각적인 소비가 가능한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제품 홍보와 구매 선택을 즉각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버튼 기능을 제시하고 쇼퍼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브랜드와 쇼핑몰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쇼퍼블 콘텐츠는 결국 미디어 커머스로 확장된 스마트폰 기반의 소비가 중심이 된 시대에서 즉각적인 소비를 용이하게 만드는 최신의 기술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제품을 판다’는 커머스의 목표를 겨냥하기 위해서 ‘재미를 준다’는 콘텐츠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팔기 위해선 흥미를 자극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재미있는 TV광고가 소비자를 사로잡았던 것처럼, 콘텐츠가 소비를 연결한다는 행위가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것뿐이다. 쇼퍼블 콘텐츠는 바로 그런 연결성이 가속화된 시대의 산물인 셈이다. 그런 흐름을 읽는 것이야말로 쇼퍼블 콘텐츠 이후의 커머스 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대흥기획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웹매거진 섹션에 게재된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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