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러쉬 업 라이프'와 '세브란스: 단절'을 봐야 하는 이유.
<브러쉬 업 라이프> (왓챠, 웨이브, 티빙)
만약 이번 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이 가능할까? 이 작품은 요즘 유행하는 인생 회귀물이다. 우발적 사고로 죽은 주인공이 기존의 생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반복하는 인생 N차에 관한 이야기. 물론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지난 생에 쌓은 덕을 바탕으로 결정된 생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그 생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난 생의 기억을 갖고 환생해 더 마음에 드는 생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덕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다음 생을 위한 마일리지 포인트를 쌓듯 인생 N차를 반복한다. 흥미로운 건 지난 생을 기억하는 만큼 반복되는 삶이 이전과 달라진다는 점이다. 익숙한 관계 의 양상이 바뀌기도 하고, 직업을 새롭게 선택하기도 하며, 살아봤기 때문에 살아보지 못한 삶의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 더욱 예민해진다. 그리고 지난 생에 찾아온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막아서는 시도를 해볼 결심도 하게 된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가 끝에 다다라 반짝반짝 빛나는, 사사롭게 반복되지만 소소하지 않게 돌아오는 생의 의미와 삶의 감동이 있다. 안도 사쿠라, 카호, 쿠로키 하루 등 훌륭한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앙상블을 보는 즐거움도 으뜸.
<세브란스: 단절> (애플TV+)
회사에서의 기억이 퇴근하면 사라지고, 출근하면 살아난다.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황을 가능한 삶으로 만들어주는 뇌시술이 있다면 기꺼이 선택할 수 있을까? 이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는 그런 상황을 선택한 자들이 빠져드는 음모론의 실체로 파고드는 기이한 SF 설정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퇴근 이후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만, 벽을 쌓듯 가로막힌 기억 너머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퇴근 이후의 생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왜 그런 시술을 선택한 것인지도 알 길이 요원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제 그들은 회사 안팎에서 단절되는 기억의 장벽을 부수기 위해 골몰하고, 그 과정에서 음모론의 실체가 희미한 윤곽을 드러낸다. 전체 9화 분량 중 6화를 배우이자 감독인 벤 스틸러가 연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칠흑 같은 음모의 미궁을 설계하는 생경한 재주가 돋보이는 각본도 기가 막히다. 과연 이 거창한 떡밥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지 궁금한 가운데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니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W KOREA' 7월호에 쓴 글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