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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Dec 31. 2015

거저 듣는 세상

음원 다운로드에 관하여

음악 듣기는 간편하다. 터치 한 번이면 손쉽게 플레이된다. 비싸지도 않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음원 수익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돌고 돌았다.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듣고 들어도 상관 없는 것처럼 돼버렸다. 어려운 게 당연한 게 됐다. 지난 2014년 7월 16일, 록 밴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을 주축으로 한 ‘바른음원협동조합’이 출범했다. 뮤지션들의 음악적 권익을 보호해 주지 않는 현재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뮤지션 스스로 생존의 길을 열어보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음악으로 돈을 벌기 힘들어진 뮤지션들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말이다. 뮤지션이 힘들어진 건 음악 시장 사정이 열악해서가 아니다. 음악 시장은 돈을 버는데 정작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들의 수익이 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 한 곡의 다운로드 가격은 600원이다. 가수나 연주자에게 돌아오는 저작권료는 5% 수준이다. 90%에 가까운 금액이 제작사와 유통사의 몫이 된다. 노래 한 곡을 만들고 팔면 100원이 남지 않는다. 게다가 스트리밍은 곡당12원에 결제된다. 그 와중에 음원 서비스 업체들은 음원정액제 등을 통해 박리다매로 헐값에 팔아 치운다. 제값을 받아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에서 수익성은 더욱 바닥을 친다. 지난 2012년 12월, AP통신에선 그해에 전 세계를 뒤흔든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매출에 관해 보도했다. 당시까지 ‘강남 스타일’은 한국에서만 360만 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는데 이를 통해 싸이가 손에 쥔 돈은 6600만원 정도였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에선 290만 건의 다운로드가 집계됐다.그런데 미국에서 싸이가 음원 다운로드만으로 얻은 수익은 무려 28억원에 달한다. 이 심각한 괴리는 국내 음원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표다. ‘강남 스타일’조차 이 정도니 다른 곡들의 음원 수익은 얼마나 처참할지 짐작조차 불가능하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다운로드 최저가격은 2237원, 프랑스가 1087원, 영국이 1064원, 미국이 791원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63원이다. 잘못 쓴 게 아니다. 결국 생산자인 뮤지션의 몫은 평균 10.7원 수준이다. 10원짜리 동전 하나 보기 힘든 요즘의 물가를 고려한다면 놀라운 일이다. 곡당 12원 수준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저작권자의 몫이 곡당 무려0.2원이다. 100곡을 스트리밍해도 20원이 남는다. 어쩌다 이렇게 기형적인 음원 수익 배분 구조가 정착된 건가. 국내 음반 시장은 2000년 이후 급격하게 디지털 시장으로 이동했다. 사실상 벼랑 끝에 섰다. 인터넷 망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소리바다와 같은 P2P 사이트를 통해서 음원의 불법 다운로드가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음반 시장은 극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터진 경제위기로 인한 소비 시장 위축은 얼어붙어가는 음반 시장을 향한 매서운 바람이었다. 침몰하는 음반 시장을 구출해 줄 대안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불법 다운로드를 막고자 음원을 초저가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급했다. 망 사업자들의 플랫폼을 통해서 음악을 싸게 공급하고 유통시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면 다시 음반 시장이 부활할 것이라고 믿었다. 순진했다. 음반 시장의 맥박은 나날이 희미해졌다. 그 사이에 음원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기술 발달과 대중화로 인해 음원 시장 역시 급격하게 생활과 밀착해 버렸다. 문제는 구조와 의식이었다. 대형 음원 유통사들은 초기에 공급받았던 낮은 음원가에 맞춰 유통 기준을 정했다. 소비자들에게도 음원은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 돼버렸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음악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음반 판매량은 회복될 기회를 잃었다. 음반 한 장 가격이면 듣고 싶은 음악을 다 듣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언젠가부터 음악은 거저 들어도 상관 없는 것이 돼버렸다. 음악은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는 망 사업자들의 수익을 위한 시녀로 전락했고, 음악 종사자들은 순식간에 재주 부리는 곰으로 둔갑해 버렸다. 이젠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는 아이돌 스타를 대거 보유한 메이저 기획사들조차 음원 수익엔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옵션이 생겼지만 그것도 모두를 위한 은총일 리 없다. 그럼에도 음원 서비스 업체에서 차트 성적은 중요하다. 기대할 수 없는 음원 수익을 대체하는 수익 모델은 공연과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가 음악적인 주 수입원이 됐다. 결국 음원 차트 순위가 섭외 순위를 좌우한다. 행사장을 쫓아 전국 각지를 동분서주하는 가수들이 늘어났다. 


과거 교통사고로 몇몇 아이돌 멤버가 사망한 것도 이런 시스템의 열악함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음악만으로 생존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빚어진, 러시안 룰렛 같은 비극이다. 음원값은 음원서비스사, 저작권협회, 음반제작자협회 등 음반 산업의 관계자들이 모여서 합의한 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다. 음악이 공공재도 아닌데 정부의 가격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건 의아한 일이다. 정부에선 음원 서비스 사가 40%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설립한 신대철은  문체부 회의에 참석해서 직접적인 음악 종사자들에게 80%의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탁 단체들과 합의하면 승인해 주겠다는 대답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식의 제안을 한 경우는 없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러니까 사실상 정부에서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음악의 실제 주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기회를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은 어쩌면 그 첫 번째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현재의 음악 종사자들이 불합리한 음원 수익 배분을 감당하면서 폭리를 취하는 대기업 산하의 음원 서비스 업체들에게 음악을 공급하는 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변화도가 아닐 것이다. 음악이 음악을 살리지 못하는 땅에서 그리는 음악적 청사진이란 결국 신기루이거나 백일몽이다. K팝도, 한류도, 언젠가 흩어질 모래성이다.


(ELLE KOREA에 게재된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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