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유전정보는 어떻게 사용될까?

Part 2 | 설계도와 결과물

by 이 연
설계도의 복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잠깐 앞의 내용을 되살려보자. 생명에 대한 것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손에게 유전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말인즉슨 유전정보, 즉 염기서열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자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도를 훼손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원본을 그대로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경우 내가 다시는 그 설계도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해결은 간단하다. 똑같이 생긴 설계도를 만들어서 주면 된다.

세포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유전정보를 담은 그릇인 DNA를 '복제'(replication)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DNA를 복제하여 자손에게 넘기면, 유전정보의 손상 없이 그대로 넘겨줄 수 있는 것이다.


설계도의 사용

자, 그런데 설계도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당신은 잘 알고 있다. 이걸 이용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게 세포의 최종 목적이다. 그런데, DNA는 핵이라는 공간 안에 존재하고, 심지어 탄소 고리와 인산기라는 골격으로 보호되고 있기까지 하다. 세포는 이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세포는 DNA에서 바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중간에 한 단계를 더 넣어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RNA'를 이용하는 것이다.


세포에서 어떤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세포는 전체 설계도 중 그 단백질의 설계도를 찾아 단백질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전체 설계도를 '유전체'(genome), 단백질 하나의 설계도를 '유전자'(gene)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원하는 유전자, 원하는 설계도를 찾은 세포는 그 유전자의 염기서열과 상보적인 RNA 서열을 만들어낸다. 이 단계를 '전사'(transcription)이라고 부른다.

전사 단계의 목적은 명확하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공장(기억하는가? 리보솜이라는 세포 소기관이었다.)이 있는 위치까지 유전정보를 옮기기 위함이다. 설계도 전체가 움직이면 위험하다. 그래서 세포는 사본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 사본이 또 너무 오래 남아있는 것도 곤란하다. 그래서 세포는 DNA보다 더 불안정한 RNA를 사본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때, 전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 RNA를 특별히 'mRNA'라고 불러준다.


핵공을 통해 빠져나온 mRNA는 곧장 리보솜에 결합한다. 리보솜은 mRNA, 즉 설계도의 사본을 읽으며 설계도에 맞게 단백질을 조립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고 한다. 번역이 완료되면 설계도 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명의 중심원리

이렇게 복제, 전사, 번역이 이어지는 흐름을 우리는 생명의 '중심원리'(central dogma)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생명이 유지되기 위한 중심 원리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살펴볼 내용도, 이 중심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하하, 겁먹지 말라. 오늘은 중심원리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으로 마무리할 테니까. 그리고 우리, 유전정보에 대해서는 실컷 배웠지만 정작 그 결과물인 단백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다음 글에서는 단백질에 관한 간단한 내용을 더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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