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설계도의 복제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 소리지, 한 당신. 분명 있을 것이다. 설계도를 그냥 복사하면 될 것이지 굳이 방향성을 따져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러하다... 그러니 우선 DNA의 방향성부터 살펴보자.
DNA의 방향성
뉴클레오타이드의 형태를 기억하는가? 가운데 탄소 고리가 있고, 오른쪽에 염기가, 왼쪽에 인산기가 붙는 구조였다. 생명체 내에서 DNA의 합성은 항상 인산기가 있는 방향에서 아래쪽으로 진행된다. 뉴클레오타이드가 하나 있으면 그 아래에 하나가 붙고, 또 아래에 하나가 더 붙고,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또 하나 알아야 할 것은 이중나선의 구조이다. 이중나선을 이루는 두 가닥의 DNA는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지 않다. 한 가닥이 인산기가 위쪽을 향하고 있다면, 다른 가닥은 인산기가 아래쪽을 향한다. 이처럼 두 가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배열된 구조를 유식하게 ‘역평행(antiparallel)’이라고 부른다. 이는 아래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의 그림이 뭔가 많이 삐뚤빼뚤한 건 양해 바란다. 필자가 무척 그림을 못 그리는 탓이다...)
여기서 잠깐, 왜 서로 반대 방향을 이루는 것인지 궁금한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는 화학 구조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깊게 설명하지 않겠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놓일 때 가장 안정적으로 이중나선을 이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역평행 구조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DNA 합성의 문제점
좋다, 설명은 길었지만 어쨌든 DNA에 방향성이 있고, 인산기가 있는 쪽에서 없는 쪽으로 합성된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래서 이게 뭐가 문제가 되는가? 다음 그림을 살펴보자.
위의 그림은 헬리케이스가 DNA를 단일가닥으로 풀어나가는 그림이다. 지퍼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Leading strand(선도가닥)이라고 적힌 부분을 보면, 주형이 되는 가닥이 인산기가 '없는' 쪽에서 '있는' 쪽으로 풀리고 있다. 즉 합성되는 가닥은 인산기가 '있는' 쪽에서 인산기가 '없는' 쪽으로,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합성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반대쪽 가닥이다. 반대쪽 가닥은 주형 가닥이 인산기가 '있는' 쪽에서 '없는' 쪽으로 풀어지고 있다. DNA 합성은 무조건 인산기가 '있는' 쪽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헬리케이스가 풀어주는 방향과 합성하는 방향이 반대가 된다. 그 결과 위의 그림처럼 DNA 합성이 조각조각 일어나게 된다. 이 가닥을 지연가닥(lagging strand)라고 하며, 이렇게 생기는 절편을 오카자키 절편이라고 부른다.(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 이름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 당신은 DNA 복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이해했다. 저 절편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가? 아무리 완벽하게 복제해 봤자 설계도가 조각나 있으면 큰일 아닌가. 그러니 다음 글에서는, 우리 함께 저 절편을 어떻게 이어 붙일지, DNA 복제는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