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살기 위하여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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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허물을 벗는 고통으로
나비가 되어
날개가 생기고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
소금 한 가마니가
상처 입어 피 흘리는 내 연약한 내장(內臟)에
부러진 뼈 마디마디에
뿌려져야만
바다를 볼 수 있으리라
한 시대의 좌절이
내 부러진 척추로
다가설 때
의식의 마디마디를
시퍼런 날로 깎아내며
집으로 가는
산길을 오른다
밤이 잠들지 못 하는 그 날
자그마한 목선을 탄 어부가 되어
자정의 밤을 투망하는데
어둠은 구멍 난 헌 그물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기습을 해 왔다
그래도 섬으로의 출항을 꿈꾸면서
소금 한 가마니를
척추 뼈 부러진 등에 짊어지고
귀가길, 산동네의 마지막 언덕을
헉헉거리며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