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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6. 2018

내 친구는 안개였어

- 방훈 

내 친구는 안개였어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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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개가, 

회색의 짙은 안개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점령했었지 


안개 너머에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개의 길을 벗어날 수가 없었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내 삶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들은 문득 나타났다가 

신기루와 같이 사라지거나 

때로는  

내 손에서 빠져 나와 

흩어지던 습기 한 점 없는 모래처럼

그렇게 내 곁에는 머물지 못했었지  


그래도, 

나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은 

빛나는 것들이 아니라  

늘 내 곁에 머물던 안개였었지 

돌이켜보면 

내 진정한 친구는 안개였어 


비록 내 존재조차도 희미하게 만들고 

삶을 안개 속에 가두었지만 

난 안개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지 


그래, 안개 덕분에 

지금도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에 대한 

꿈을 미련스럽게 가지고 있을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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