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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Jun 30. 2019

나는 이 별에서 외롭다

- 방훈


나는 이 별에서 외롭다

- 방훈





나는 여행 중이었다
얼마 전에 이 별에 도착했다
이 별은 사람이 살고 있는 별이었다.  
그 전의 별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성(無人星)이었다

그 별들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나라는 개념도
너라는 개념도
우리라는 개념도 필요 없었다.
당연히
아무런 이름도 없었고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너"라는 존재가 있었다.
나는 너로 인하여 나라는 개념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고 우리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이 별에서
나는 이름을 가졌고  
이제 앞으로도 이름이 불리워질 것이다.  

여행 중에 다른 별에서 하듯이
어디를 가더라도 혼자 떠났고  
무엇을 하더라도 혼자 하였다
그 전과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나"라는 개념이 생기자
숙명적으로 외로움이 생겨났다

나는 그래서 너라는 존재를 받아들였다  
외로움은 희석되었고
행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늘 불안하였다

내가 네가 될 수 없듯이
네가 내가 될 수 없듯이
그 행복은 그 불완전함으로 인하여
늘 불안하였다
불안하지만 그래도 너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한 번 알게 된 외로움이 너무도 싫었기에   

이제 다음 별로 여행을 떠나야 하지만
지금은 망설이고 있다
다른 별에 갔을 때
혹시 그 전처럼 아무도 없다면
외로움을 더 이상 견딜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 별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 같다   
나의 이름으로
너와 함께  

나는 이 별에서 외롭다
만약 너를 몰랐다면  
외로움도 생겨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너를 알았기에
이 별에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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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i9-Bnn-Vf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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