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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ug 17. 2019

호미곶에서

- 방훈


호미곶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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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파편들이
바다소나무의 푸르른 아픔을 뚫고
바람 심한 파도 속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바람이 
피부의 얇은 표피를 구멍 내면서
기어들어와
가뜩이나 투명해진 저린 가슴까지 
더욱 더 투명하게
얼어붙게 하였다

가슴, 
그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화석이 되어버린 아픈 기억이
허물어져 가는 나를 
습격한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던
딱딱하게 응결된 상처들이
가슴속의 견고한 벽을 허물어뜨리면서
그 깊이가 어디인지도 모를
바다의 끝에 묻히고 있었다

다시 찾은 
이 육지의 끝에서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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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r9Ljem8N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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