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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ug 19. 2019

목선이 목선에게

- 방훈


목선이 목선에게 1
- 방훈




꽈르릉 꽈르릉
앞으로 나갈 때 마다 폭우가 내린다

폭풍주의보 내린 가슴에
돛대 없는 목선이 바람에 흔들린다

내 마음에는 언제부터 폭풍주의보가 내렸던가?
그리고 목선은 언제부터 내 마음에 머물고 있었던 것일까?
두려움에 떨고
바람에 흔들리는 목선은
왜 내 마음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안식을 잃은 내 마음에
구멍 난 그물로 투망을 하는
목선의 어부

그는 내 마음에서 무엇을 건지려고 하는가?
내 마음에 아직도 건질 것이 남아있던가?

내 마음은 아직도 폭풍주의보 발효 중이다


.
.
.
.
.
.
.
목선이 목선에게 2
- 방훈



흉어기(凶漁期), 늙은 어부의 한숨은
푹풍주의보 내린 바다에 떠 있는
내 마음을
메마르게 한다

지금까지 함께 보내온 바다에
청춘을 묻었지만 바다는
모든 것을 하얀 포말로 만들면서
파도만으로 대답을 한다

부딪히고 부딪히는 파도가
나의 생애를 문질러
예쁜 몽돌로 나를 포장해 주지만

바다에 나는 이제 없어
파도에 흐르는 대로 흐르고
나를 버리고
수많은 몽돌 속으로 들어가
내가 아닌 내가 되어버린


오늘
바다에 내가 있으면서
내가 있는 것이 아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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