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햇수로 9년차 우울증 환자다.
2014.09.02 부터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고 1년전에 상담치료 50회기를 한 후 작년말에 상담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기 전까지 1년여의 시간을 버티며 보냈다. 생전 처음 보는 의사 앞에서 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가 막막해서 병원 가는 게 망설여졌고 그로 인해 치료를 미뤘었다.
그리고 처음 병원에 간 날, 티슈로 눈물을 닦으면서 진료실을 나왔었다. 그렇게 울며 나오기를 1개월 가량 한 후, 2년 정도면 난 완치될 거라고 믿었는데 지금까지 약을 먹으며 치료 받고 있다.
우울증이라는 병이 참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과거에 비해 많이 알려졌고 앓는 사람도 많고, 환자들의 커밍아웃도 많은데 여전히 오해도 많고 이해를 못 받기도 하는 병이다. 그래서 가혹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울증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중 가장 많은 말이 '정신력 문제'라는 것과 '배가 불러서'라는 말. 난 이제 이런 말을 들으면 더 생글생글 웃으면서 "당신이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예요."라고 말해주고 만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렵고, 산책을 하려면 큰 힘이 필요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은 "내가 할 수 있으면, 너도 할 수 있어.", "취미를 가져봐."와 같은 말을 위로라고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개떡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생각을 하고는 '우울증'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이내 지처버린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말하나마나이니깐. 내가 내 증상에 대해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니 그러니깐 왜 그게 안 되는건데~"라고 말하면 난 뭘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결국, 옆에 있던 상담사 친구가 거들고나서야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하긴, 우리 아빠도 딸이 우울증이고, 불안장애, 공황발작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는 것을. 남편도 마찬가지고.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바라봐 주는 건 동생 뿐이다. 그리고 우울증환자 동지 친구들 ㅎㅎㅎ(친구들 중에 우울증 환자, 공황장애 환자가 두루두루 있음)
결혼하고 몇 달 후부터 계속 슬퍼서 상담을 다시 시작한 건데, 괜찮아지다가도 다시 슬퍼지고, 며칠전부터는 눈물이 계속 나고. 작년 그때 정신과 선생님이 약 조정해줄까요? 라고 물었을 때 버텨보겠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도움을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주 진료때 선생님께 그대로 말씀드렸다. 계속 눈물이 나고 슬프다고. 약을 조정하고 싶다고.
선생님께서는 "힘드셨겠어요"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9년전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선생님의 "힘드셨겠어요."라는 말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제는 "잘 버텨보려구요"라고 웃으며 말하고 있는 내 모습에 '우울증이라는 병에, 이 환경에 잘 적응했구나' 싶기도 하고 '그나마 나아진건가'싶기도 해서 씁쓸했다.
그렇게나 기다리던 봄이었고, 벚꽃이 활짝 폈다가 지고있다. 이제 라일락의 시간이 올 테고, 푸릇한 나무들 사이로 여름색깔 듬뿍 담은 햇살이 비출텐데. 나에게도 그런 햇살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많은 욕심 안 부린다. 마음에 동요가 일어도 잔잔하게 내가 이겨낼 수 있을만큼만 찰랑거려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