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우울증약 먹는거 까먹지 말자.
지난 몇 주가 힘들었다. 눈물이 계속 나고 슬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주체할 수 없는 마음상태여서 뭘해야 하는지... 어찌어찌 버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모르겠다. 처음 정신과를 가야했을 때처럼, 딱 그 상태와 비슷했다. 죽음도 생각하고...
병원을 가려면 아직도 날짜가 남았는데 어떻게 버티나.. 나는 지금 당장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데 뭘 해야하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지.
지난 정신과 진료있는 날.
의사쌤에게 말씀드렸다. 약을 조정해달라고.
작년에 한참을 슬퍼하며 지낼 때 의사쌤이 "아침에 먹을 수 있는 약을 추가로 드릴까요?" 했는데 내가 견뎌보겠다며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못 버티겠어서 약을 조정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아침약을 추가로 받아왔다. 사진에 있는 사각형 분홍색 D50 이라고 쓰여있는 약, 데팍신서방정50mg.
아침에 우울증약을 먹기 시작한지 오늘로써 9일째. 드디어 걱정하던 일이 현실로... 약을 대차게 까먹고 오전시간을 그냥 보내버렸다.
어제까지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영양제 먹듯이 약을 먹었는데, 오늘 아침 '내가 뭘 안 했지?'라며 강아지 약 먹이고 밥 먹이고 응가치워주고 응꼬 닦아주고 안아주고 사랑고백해주고... 그 뿐이야? 오전에 일 끝내고 오후에 널널히 운동하러 가겠다고 노트북 열어서 일하면서도 내내 마음 한켠이 이상하더라니...
아니, 약 안 먹은 기억이 왜 이제서야 생각나는 거야... '먹지 말까?'하다가 저녁약 먹으려면 아직 10시간은 남았으니 '먹자!'하고 조금 전에 먹었네.
약, 한 두번 안 먹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지는 않는다. 한 두번 안 먹었다고 해서 내내 슬프고 내내 눈물나고 내내 죽고싶고... 그러지 않는다. 단, 안 먹는게 습관이 되는 것을 우려해야 하는 거지.
내가 몇 달전에 2주에 한 번씩 가는 정신과에 가기 싫어서 1주일을 미뤄본적이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꼬마가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다니느라 정신과 스케줄을 2주 미룬적이 있었다. 작년과 몇 달 전의 그 경험은 끔찍하게도 싫었다.
약을 안 먹는 처음 1~2일은 아무런 감흥이 없고, 3~4일째는 견딜만 하다. 그런데 그 이후에 더 이상 버틸 약발(?)이 없으니 처음 우울증을 겪을 때 처럼 현재의 내 상황들이 감당이 안 됐었다. 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도 모를 만큼 내가 나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상태가 너무 싫어서 '빨리 병원 가고 싶다'라며 날짜만 새고 있었다.
증상이 나아져서 조금씩 약을 줄이며 끊는다면 이런 현상은 없을지도 모른다. 근데 난, 한꺼번에 약을 중단한거라서 그런지 견딜수가 없었고, 그때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게 끔찍했다.
그래서 약을 안 먹는게 버릇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 먹어도 1~2일은 버틸 수 있잖아?'라는 경우는 정말 불가피하게 정신과 스케줄이 안 맞아서 미룰 수 밖에 없을 때 맥시멈 4일까지만 참아본다. 그리고 왠만하면 안 미룬다. '그때의 그 감정들'이 끔찍해서.
약 먹는거 까먹지 않으려고 저녁약에는 봉지마다 날짜를 적어놓고, 아침약은 한 알씩 먹는거라서 한 봉지에 넣어주었으므로 봉지에 날짜를 적어놓고 지우면서 먹기.
나름의 내 방식.... ㅋㅋㅋㅋㅋ
쨌든, 약 먹는거 까먹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