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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싸가지 Apr 10. 2023

동생이 없어질까 봐, 사라질까 봐 두렵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2주마다 진료를 받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선생님이 인사처럼 물으시는 말씀이 "어떻게 지내셨어요?"인데, 처음 진료받았을 때는 이 인사가 스트레스였다. 항상 똑같은 일상 그리고 생각과 감정들인데 매번 "같아요"라고 말하는 게 민망하고 부담스럽고... 그리고 이 인사에 대답을 시작해야 의사선생님, 상담 선생님과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할 만도 한데, 여전히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 "똑같이 지냈어요"라고 하면 몇 초간 정적이 되기 때문.






그런데 웃긴 건, 내 상태가 좋잖아? 그러면 이런 거에 스트레스도 안 받아. "잘 지냈어요." " 즐겁게 지냈어요."라면서 뭐 뭐 뭐를 하면서 지냈는지 신나게 말하기도 한다는 거다. ㅎㅎㅎㅎ


오늘은 "동생이 사라질까 봐, 없어질까 봐 두려워요. 무서워요.... 슬프고 그래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소중한 사람이 사라질까 봐, 죽을까 봐 두려워요?" "네... 아빠도 그렇고요..."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이 크신가 봐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했던 것이 희배씨한테는 큰 충격이었고 많이 힘드셨나 봐요."라고.





나 11살, 동생 7살.

그때는 내가 어린 줄 몰랐다. 동생이 어리다는 것만 알았지. 그런데 친구들이 애를 낳고 그 아이들이 7살이 되고 11살이 되는 것을 보면서 그때 내가 어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눈에 이 조카들이 아기들로 보이는 것처럼.


내가 엄마 아빠한테 제일 감사해 하는 것이 동생을 낳아주신 거다. "자매는 선물이지 않냐?"라는 친구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을 할 만큼 나에게 동생은 선물이고 없어서는 안 되며 내 목숨 같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사랑하는 친구다. 우리는 세트다. 세상에서 내 동생이 제일 좋고, 제일 웃기고 재미있으며, 제일 엉뚱하고, 내 인생 최고의 지지자이다.


나의 우울증 가장 잘 이해해 주고 받아들여주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며, '좀 쉬면 어때서? 쉬자!'라는 말로 기운을 주기도 하는. 나보다 우울증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더 잘 아는 아니 나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존재라서 고맙고... 좋다. 이런 동생이 없어질까 봐 슬프다는 걸 아는 동생이 "나 안 없어지눈뒈에~~~~"라고...ㅎㅎㅎㅎ





오늘 의사선생님께 "씩씩하게 버텨볼게요."라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예!!!"라고 하시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주셨다. 나, 내일부터 3박 4일 동생이랑 여행 간다. 처음으로 우리 둘이서!!! 너무 신나!!! 매일 통화하고 카톡하고. 하루 통화 안 하면 허전하고. 둘 다 미혼일 때, 같은 방에서 같이 자면서도 잠들기 전까지 수다를 떨다가 결국에는 "나머지는 내일 얘기하자...." 하고 자버리는 우리였기에... 이번 여행 기대된다. ㅋㅋㅋ


아침 약 챙겼고, 저녁 약 챙겼고.

여행 가서 많이 걷고, 많이 웃고, 많이 수다 떨고 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에 복용해야 할 항우울제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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