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진단: 바뀌어버린 나의 일상]

[1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by 엉금이

3화 금방 끝날 거란 착각


[급격하다] : 변화의 움직임 따위가 급하고 격렬하다.

부대로 돌아오자, 부대와 수도병원 사이에서 나의 위치가 급격하게 변했다.


교수님과 간부님의 전화기 너머 이루어진 설전 속에서, 나는 현역 부적격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혼자 준비했다. 이미 안내 방송과 복귀 명령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공황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낯선 곳에서 보호자 없이 혼자 준비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병원에서 아픈 사람은 나인데, 내 의견은 어디에서도 존중되지 않았다. 교수님은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며 통화를 끝내셨고, 설전의 끝은 내가 ‘부대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내 소속에 대한 행정 처리가 완료되지 않아서 나는 부대에 돌아 왔지만 소속은 수도병원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3일이나 걸려서 처리가 완료되었고, 그제야 현역 부적격 심사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수도병원은 약 2주간 훌륭한 도피처였다. 병원에서 내 일상은 정말 평화로웠다. 아무런 걱정조차 들지 않았다. 하지만 복귀하고 나서 잊고 있었던 현실을 마주하자 급격하게 공황발작이 시작했다. 이곳에서 10개월을 보낼 생각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 뺨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수없이 닦아냈고, 호흡은 다시 거칠게 올라왔다


도저히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의료기관을 찾았다. 하지만 야간에 정신건강의학과 당직 근무가 없어서 도움받을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었다.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꼈다. '나 이러다 도움도 못 받고 그냥 죽는 건가’라는 공포감에 호흡이 불안정했다. 내가 받은 치료라고는 주변 사람들이 “괜찮아, 시간 지나면 돌아올 거야”라는 힘 없이 떨어지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겨우 안정감을 되찾았다. 앞으로 공황발작을 이겨내며 해야 할 10개월간의 복무기간은, 끝이 보이지 않고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혼자 걸어야만 할 기분이다.


퇴원 이후 맞는 첫 주말이었다. 나의 '현역 부적격 심사' 즉, 조기 전역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거라고 간부님께서 알려주셨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 지옥을 빠져나가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쁨도 잠시, ‘만기 제대를 못 한 내 사정을 사회에서 과연 이해해줄까?’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안도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결국 강렬하게 두 감정이 충돌하자, 일요일 밤에 다시 공황발작이 왔다. 상태가 심각해서, 새벽에 부모님은 간부님 및 군의관님까지 긴밀하게 연락하며 비상사태를 대비했다. 결국 부모님께서 새벽에 부대로 출발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월요일 아침 해가 동틀 무렵, 새벽에 있었던 일이 대대에 전부 보고되었다. 그 결과 부대에서 떠나서 안정을 취하게 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그 즉시 나는 기다리고 계시던 부모님과 함께 본가로 휴가를 갔다. 그저 집에 가면 전부 다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착각이라는 걸, 아직 모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