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2화 화려한 휴가
짧은 휴가지만, 나에게는 억겁의 시간이 지나간 듯했다.
2번의 병원 진료와 필요시 먹으라는 알약 몇 개가, 이번 휴가에서 얻은 전부였다. 내가 이 약을 먹으면, 내가 우울증임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두 손에 꽉 쥐던 약을 입에 털어 넣을 수밖에 없었고, 강한 거부감에 구토할 듯했다.
휴가 마지막 날 늦은 밤, 달이 지고 해가 뜨면 복귀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금 상태면 복귀해도 정상적으로 생활 할 수 있다며 나를 달랬다. 하지만 부대에 복귀하여 생활관에 가보니, 내가 생활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상황이었다. 복귀하자마자 끊임없이 주어지는 일과, 보고 싶지 않은 선임들로 넘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모든 걸 뒤로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좌절감에, 복귀 첫날부터 약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남아있던 약은 전부 먹었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게다가, 정체된 나의 행정적 처분에 이제는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수도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다.
부대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한 덕분에, 수월하게 수도병원 진료를 보게 됐다. 교수님은 내가 입원할 수 있게 부대에 연락하셨다. 덕분에 나는 비교적 쉽게 개방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기간 내내, 신체 및 정신적인 검사를 진행했었다. 특히 심리 검사 이후 우울증이 아니기를 수도 없이 빌고 빌었다. 그러나 수도병원에서 받은 검사결과지가 우울증 및 공황장애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내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빼앗긴 기분이었다.
회진 오신 교수님이 이제야 약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 위험 때문에 정신 병동이 전면 폐쇄된다’라는 간호사의 안내 방송이 병원 곳곳에 울려 퍼졌다. 나는 처음 듣고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울린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절망적인 방송 내용임을 알았다. 소식을 들은 간부님과 통화를 했다.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우니 일단은 부대 복귀해서 논의하자”고 하셨다. 하지만 교수님은 단호하게 지금 부대로 가면 안 된다고 하셨다.
간부님과 교수님이 전화하셨지만, 간부님은 여전히 부대로 복귀하라는 명령만 반복하셨다.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복귀 명령에 전화를 바꿔 받았다. 수화기 너머 있는 간부님의 목소리는, 심각성을 모르는지 그저 따분하다는 느낌만 주었다. 화가 치솟았지만, 아직 군인 소속이기에 나는 무기력한 채 지켜볼 뿐이었다. 몸이 분노로 떨리는 느낌과 함께, 복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부대와 긴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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