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1화 6년간 여정의 시작
“뚜벅뚜벅.”
“철커덕.”
매달 1일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국기 게양식 준비 소리였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인원들은 사열대 앞에 반듯하게 서 있었고, 대열에 서지 못한 사람은 딱 한 명, 바로 나였다.
질리도록 듣던 군화 소리와 총기 소리가 갑자기 머릿속을 울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정신이 하얘졌다. 거칠게 심장 뛰는 소리가 가슴을 뚫고 귓가를 맴돌았다. 겁에 질린 나는 휘청거리며 겨우 기어가다시피 했다. 숨을 곳을 미친 듯이 찾았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아무도 없는 세탁실로 몸을 숨겼다. 크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이미 의식은 흐려지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하얀 형상과 군복 차림의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간부님 도움으로 진료받았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부대에서는 급하게 휴가를 내줬고, 나는 짐을 챙겨 본가로 향했다.
출발할 땐 오랜만에 집에 간다며 들떠 있었지만, 열차 안에서 다시 떠오른 군화 소리와 총기의 파열음이 목을 죄어 왔다. 부대에서 평소 두통이 심해서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뇌 MRI 검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어떤 소견도 없었다.
결국 최후의 보루였던 정신과에 발을 디뎠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보입니다.”
‘대학에서도, 군대에서도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던 내가 우울증이라고?’ 도저히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진단받으니, 예전처럼 나서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못 할까 봐 기가 팍 죽었다. 휴가가 끝나 다시 진료를 이어갈 수 없었지만, 그날 받은 진단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