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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Sep 21. 2017

내보내지 못한 글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글을 발행하지 못하고 그냥 방치한 채로 보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의 마음, 그리고 첫 글을 올릴 때의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브런치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선 내 글들이 공개되는 대상을 한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SNS의 경우에는 친구들에게만, 커뮤니티의 경우에는 회원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어 부담감은 적어진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발행되면 그 글이 어느 정도까지 퍼져나갈지는 알 수 없다. 그게 가장 우려되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선뜻 나의 개인적인 모습들을 드러내는 것이 쉽진 않았다. 애초 그러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그만큼 감수해야 할 위험이 따르는 일 같다. '위험'이라고까지 표현한다면 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내게 위해가 될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나의 기우와는 달리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도 해도 말이다.


'그럼 쓰지 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모순 때문에, 꺼려지기는 하지만 하고는 싶은 그런 마음 때문에 또 이렇게 돌아왔다. 이번에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꾸준히 글을 써보고 싶다.


사실은 기존에 써두고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꽤 많다. 지금 내 서랍 속에는 미완인 글들 투성이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에는 부족해서, 나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그대로 넣어둔 것들이다. 좀 더 다듬어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루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내 브런치는 대부분 나의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일상적 이야기, 그리고 나의 단상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겐 나의 이야기가 의미가 있겠지만, 이 글들 역시 인터넷 상의 수많은 글들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그냥 파묻혀버릴 그러한 글들이다.


얼마 전에 베스트셀러인 어느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분량도 많지 않고, 거의 대부분 어디서 보았음직한 가벼운 글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것도 별로 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사람들이 세상 살기가 너무 각박해서 그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류의 책들이 꽤 많다. 내가 구입한 책들 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묵직한 책들을 읽는 사이에 그러한 책들을 끼워 넣어서 독서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용도로 읽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책들을 읽고 나서 마음이 울린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구나' 정도로 넘어갔던 것 같다. 그중 상당수는 SNS나 인터넷에서 이미 화제가 되었던 글들의 모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곳에 글을 쓰는 건 어떤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차라리 목적이 있었다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동기가 좀 더 분명했을 것 같다. 나중에 모아서 무언가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무언가 방향이 좀 잡히게 될 것 같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도 좀 더 정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당분간은 그 꾸준함을 위해 노력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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