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 주지." pp.38/265(전자책 기준)
파울로 코엘료는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연금술사>는 국내에서도 이미 100쇄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밖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서 꾸준하게 읽히고 있다. 그중 내가 읽은 작품은 이 작품 이외에도 <순례자>, <브리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이 있었다.
나는 <연금술사>를 20대 후반에 읽은 적이 있었고, 이후에 40대 초반에 다시 읽었다. 지금은 40대 후반이 되어 다시 읽었으니 세 번을 읽은 셈이다.
20대 후반의 나는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에 있었고,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불안감이 커져있는 상태였다. 그러한 때 이 책은 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었다. 40대 초반에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직장생활에서의 안정감과 압박감을 동시에 느끼도 있던 터라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내게 경고하듯 여러 문장을 보냈다. 그리고 40대 후반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이 책이 내게 보내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pp.65/265(전자책 기준)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pp.111/265(전자책 기준)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pp.158/265(전자책 기준)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pp.197/265(전자책 기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pp.201/265(전자책 기준)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마치 신비주의에 빠진 사람 같고, 사이비 종교 같은 생각도 든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나 그가 실제로 연금술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한 것을 보면 그의 정신세계 자체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만물의 정기'라고 부르지.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힘이지.”
영국인은 그 정기가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pp.121/265(전자책 기준)
그럼에도 그의 글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이 책의 글귀들은 경구처럼 많이 인용된다. 그 이유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고 좌절도 하게 된다. 그럴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준다면 좀 더 수월하게 그러한 수렁에서 나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의 이야기들은 자아의 신화, 마음, 그리고 일부 종교적인 내용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의 너는 어떠한가?'
그러한 그의 작품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연금술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얼핏 한 남자의 여행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목에서부터 '연금술'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며, 책에서는 '진화'라고 표현했다. 엄밀하게는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가져야 할 믿음, 그리고 용기를 이야기한다.
또한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자신을, 마음을 연금술처럼 납에서 금으로 변하도록 촉구한다. 하지만 연금술의 비밀을 터득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책에서와 달리 실제로는 불가능하기에) 그럴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러니까 힘든 것이겠지.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 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pp.228/265(전자책 기준)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pp.240/265(전자책 기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말은 예전에 어느 대통령이 했다가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사이비 종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더 그러했는데 사실은 이 말이 이 책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억울했을 수도 있겠지.
“아무렴.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도 마찬가지야.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라지. 때로는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통해서 자라나기도 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pp.39/265(전자책 기준)
나는 어떨까? 이 책을 읽었던 20여 년간 나는 어떻게 달라졌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나는 현재 나의 쓰임이 다 하고 나면 금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당연하겠지만 나는 계속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나머지는 이미 기록된 대로 될 것이다.
'마크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