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읽었다. 책의 홍보 문구에 보면 "버락 오바마, 니체, 간디,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요즘의 흔한 자기계발서 느낌이었고,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궤변과 자기변명을 모아 놓은 것 같아 불편한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는 그런 문장들이 가득하다. 선언만 있고 근거는 없다. '~이다', '~하라', '~돼라'처럼 본인만 확신에 찬 어투다. 또한 "자신을 믿어라", "모순을 두려워 마라"라고 하지만, 그의 삶을 보면 별로 현실 감각도 없어 보이고, 순회강연을 하고 책을 쓰면서 돈을 버는 그런 사람일 따름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요즘에도 흔히 보이지만, 그 당시에도 있었구나.
에머슨은 19세기 중반 미국의 사상가이며, 특히 '초월주의'로 유명하다고 한다. 초월주의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직관이 논리나 경험보다 더 높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 그게 옳은 것'이 되어 버리는 것.
물론, 목사였던 에머슨이 종교로부터 벗어나 개인을 더 중요하게 부각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로 인해 미국에서 개인주의가 발현되도록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에머슨이라는 이름이 어딘지 익숙하게 들렸는데, 나중에 해제를 보고, 그가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스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월든>을 읽었을 때 에머슨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기억했다.
소로가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호숫가는 사실 에머슨 소유의 땅이었다. 에머슨은 소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소로는 그의 사상을 따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소로와 에머슨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소로가 에머슨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소로와 에머슨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에머슨은 입만 살아 있는 가짜 지식인에 가까웠던 반면, 소로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점도 있으니까. 에머슨이 자기는 못 그러면서 소로에게 '자연에서 살아보라'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로는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지어서 살았다. 2년 반 동안.
또 에머슨이 "사회에 순응하지 말라"라고 하니까 '시민불복종' 운동을 한답시고 세금을 안 내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사실 소로도 어느 정도는 위선적인 면이 있지만, 에머슨에 비하면 양반이었다고 할 있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용한 관계이기도 하다. 특히, 소로는 에머슨의 유명세를 후광으로 이용했다고 보인다. 아무튼 뜻하지 않게 두 사람의 저작을 읽게 되면서 그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혹시 <자기 신뢰>에 관심을 가지고 이 글을 찾아본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나는 그다지 추천은 못할 것 같다. 말만 그럴듯하고 진정성이나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