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마다 놓인 기도의 자리들

이름이 늦게 따라붙는 풍경

by 슬로하라


부활주일을 낀 주말이다. 주일 다음날까지 이어진 연휴에, 오랜만에 슬로베니아의 다른 지역을 몇 군데 다녔다. 소도시라 해야 할지, 마을이라 해야 할지 낮은 언덕을 따라 집들이 듬성하게 놓여 있었고, 길은 한국의 시골 국도처럼 천천히 휘어졌다.


그 길 위에서 자꾸 눈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이쪽 동네에서는 이런 것들이 유독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쉽게 지나쳐지지 않았다. 작은 집 같은 형태.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크기와 위치에 있었지만, 시선을 붙잡았다. 창고도 아니고, 우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버려진 것도 아니었다. 말이 닿지 않는 상태로 몇 번을 지나쳤다.


몇 번 더 길을 지나며, 길가에 놓인 그것을 가까이 살피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그 작은 집의 창살 너머 안에는 비슷한 것들이 있었다. 십자가, 혹은 성모 마리아의 작은 상, 그리고 꽃과 초가 놓인 흔적. 누군가 손을 댄 자리가 남아 있었다.


부활주일을 지나던 길 위에서라서였을까, 그 자리가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kapelica.

길가에 세워진 작은 성소라고 했다.


그 이름을 알고 나니, 그마저도 조금 달라 보였다.


누가 세웠는지 모르는 것들도 있고, 누군가 아직도 돌보는 듯한 것들도 있다. 꽃이 놓여 있고, 촛불 자국이 남아 있고, 문은 닫혀 있지만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은 상태. 관리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리는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이건 교회라고 부르기엔 작고, 개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길 위에 너무 열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걸 설명하는 대신 그냥 두기로 했다.


어떤 건 사고가 있어 남겨진 자리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자리일 수도 있다. 그 차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말을 붙이는 순간, 이 풍경이 너무 빨리 정리될 것 같아서. 나는 아직 그 이름을 완전히 담아두기보다, 처음 마주한 그 풍경으로 이름을 입혀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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