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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koya Jul 07. 2022

포틀랜드 버스 여행 2

37도 폭염에도 쇼핑은 즐겁다

지인들에게 포틀랜드가 어땠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브런치가 아주 맛있다고 했다. 그냥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뭘 먹어도 시애틀이랑은 비교가 안된다며 다들 음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영향인지 브런치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다. 식당에 가서 먹을까도 했지만 포틀랜드에 아주 유명한 에그 샌드위치 푸드 트럭을 추천받은 덕에, 아침 일찍 일어나 모자를 눌러쓰고 부랴부랴 에그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길을 나섰다. 폭염이 온 날이라 오전에도 기온이 32도를 웃돌았다. 더위가 문제랴!


푸드 트럭은 내가 묵은 호텔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공원 한편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미 꽤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계란 노른자 색깔의 귀여운 트럭에 빼곡하게 메뉴가 적혀 있었고, 지역의 명물답게 관광객들은 푸트 트럭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작은 푸드트럭에서는 주문을 한 명이 받기 때문에 캐셔가 음식을 나눠주는 동안에는 주문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운이 안 좋게 바로 내 앞에서 주문이 끊겨 버렸다. 기온이 33도를 웃돌고 내 등 뒤로 땀 한줄기가 사악 흘러내렸다. 불쾌지수가 점점 올라가는 와중에 내 차례가 다가왔고, 나는 가장 기본 메뉴인 Yolko ono 샌드위치 2개와 오렌지 주스 한 병을 주문했다.

겨우 햇볕을 피해 근처 공원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줄을 선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고 나는 약 30분을 내리 기다린 후에야 겨우 샌드위치를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은 호텔에서 아직 자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15분을 걸어 호텔에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오래 기다린 만큼 맛있는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기에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봉투에서 솔솔 풍기는 고소한 냄새가 상당히 좋았다. 나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테이블에 힘들게 공수해 온 샌드위치를 풀고 급히 한 입을 베어 물었다. 와. 이게 뭐지?

샌드위치의 패티는 정말 새까맣게 타있었고 정체불명 신맛이 나는 소스가 코를 찔렀다. 이삭 키위 소스에 길들여진 내 입맛에는 당황스러운 맛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탄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거의 1시간이 걸려 사 온 음식이 이 상태인 건 정말 용납이 안됐다.


단 한 번의 브런치 기회를 이런 식으로 날려버리다니 너무 속상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올랐고, 명물이라더니 상식 이하의 음식 퀄리티에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 남편의 샌드위치 패티는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굽기였고, 억지로 남은 샌드위치를 해치워야 했다. 내 샌드위치만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누가 이곳의 샌드위치를 먹으러 간다고 하면 진심으로 말리고 싶을 것 같다. (절레절레)


브런치는 망했지만 다운타운 근처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일은 꽤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신기한 가게들이 많았는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재활용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비영리단체의 스튜디오였다.

쓰다만 크래용들을 모아둔 통, 자투리 천과 실, 온갖 물감 도구, 병뚜껑, 오래된 책 등 정말 없는 게 없었다. 손재주만 좋았다면 이것저것 사서 재밌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가게 안에는 작은 스튜디오가 있는데 재료를 구입해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취지가 너무 좋아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이곳을 지나 근사해 보이는 보드게임 가게를 들어가 구경했다. 정말 다양한 보드게임과 피겨 제작 용품들을 팔고 있었고, 더 안쪽엔 직접 보드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꽤 이른 낮 시간부터 몇몇 사람들이 모여 진지하게 카드를 들고 롤플레잉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나도 조인해서 플레이하고 싶었는데! 흔한 브랜드 가게들이 아니라 로컬 커뮤니티를 구경해볼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정말 기온이 38 가까이 올랐고,  정신으로 길을 걸어 다닐  없을 정도의 폭염이었다. 쇼핑이고 뭐고 한적한 맥주 집을 찾아 시원한 로컬 비어 한잔을 들이켰다. 간단한 안주로 감자칩을 시켰는데, ! 고소하고 바삭한  정말 맛있었다. 겨우 겨우 더위를 식히고 나서 우리는 시애틀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1 2 여정이라 시간을 빡빡하게 잡은 탓에 몸이 많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먹고  놀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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