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디테일과 루즈한 감정씬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너의 시간 속으로>를 어젯밤에 이어 오늘 아침까지 정주행을 끝내고 아쉬움이 목 끝까지 차올라 참다못해 리뷰를 쓰고 있다. 안 쉬고 정주행 한 거면 나름 재밌었던 것 아니냐?라고 묻겠지만 혀를 꽉 깨물고 엔딩만을 보기 위해 버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내맞선>에서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안효섭 배우의 차기작이기도 했고, 전여빈 배우의 담백한 연기도 좋아하는 편이라 나에겐 꽤 기대작이었다. 대만 원작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여러 호평을 들어왔던 터라 오래간만에 간질간질 로맨스를 기대하며 드라마를 시작했다.
솔직히 초반 회차는 꽤 재밌게 봤다. 안효섭 배우는 역시 고등학생 연기를 무리 없이 해냈고 누가 봐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완벽한 비주얼! 전여빈 배우는 정말 도화지 같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와 화장만 바꿨을 뿐인데 거의 1인 3역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연기를 잘했다. 다만…! 두 배우의 케미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는데-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기에는 너무 둘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두 사람의 감정선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깊어지지 못했다고나 할까? (엄청 복잡한 인연으로 얽혀있음에도)
근데 사실 제일 아쉬운 건 디테일이다. 우선 1998년과 2023년을 오가는데 1998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일단 고등학교가 너무 화려했고- 근데 갑자기 다음 씬에서는 논밭이 보이는 허허벌판을 걷고 있질 않나 - 후반부에는 갑자기 핑크뮬리밭에 가서 놀지 않나 - 각 장소들의 연결성이나 디테일들이 너무 튀어서 제대로 된 타임슬립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배우들 스타일링도 한몫을 했는데 안효섭의 장발은 거의 시크릿 가든 무술 감독님을 떠올리게 하는 황당한 스타일이었고, 전여빈 배우도 체형을 좀 더 커버해 주는 교복 스타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가뜩이나 타임슬립물이어서 스토리에 몰입하기까지 쉽지 않은데 스타일마저 너무 인위적이어버리니 더더욱 몰입을 깨버린다.
또 조연 배우들이 매력도 문제. 오리지널 권민주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어둡고 매력 없게 그려진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엔딩 즈음 권민주의 스토리에서 힘이 쭉 빠져버리고 그녀의 선택이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진달까. 착한 인규 캐릭터도 너무 조용하고 남자로서 매력을 거의 보여줄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난 서브남주병에 걸리고 싶었는데…) 그 외 너무 많지만 일단 생략.
너무 복잡하게 꼬여버린 스토리가 어떻게 풀릴지 계속 궁금하긴 해서 끝까지 봤지만 어디에 추천은 못할 작품인 것 같다. 안효섭 배우 팬이라면 보긴 봐야 하지만. 대만 감성은 역시 건드리는 게 아닌가 보다. 너무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