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단위로 따져 본다면, 지난 몇년을 따져봐도 4월 2째주 한 주 동안 가장 많은 양의 책을 읽은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읽은 책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점과 음반 매장, 애플 스토어 같은 곳에는 안 가는 게 좋지만 항상 시간이 남을 때는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릴 때에도 5분에서 2시간까지 기다린다 한들 조금도 외롭거나 지루하지 않은, 내 정신과 영혼을 아주 맑게 길들이며 동시에 내 통장의 수위를 낮추고 카드 사용금액을 올려주는 아주 기묘한 공간들. 그 중에 최고는 알라딘 중고서점이다. 몇년전인지는 떠올릴 수 없지만, 어느샌가 알라딘 중고서점이 도심 곳곳에 생겼고, 거리를 거닐다가 할 일이 정 생각이 안 나면 바로 근처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웃기는 것은, 중고서점에 가서 책장을 들춰본 적보다는 클래식 음악 음반장을 뒤집었던 적이 훨씬 많았다는 것. 음반 사모으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동시에 어떤 음반이 좋은 음반인지에 대한 기준도 어렴풋하게나마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기준으로 오늘 여기서 구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런 음반들을 찾곤 했다. 그렇게 최소 3줄에서 5줄, 가로로 1m가 조금 넘는 음반장을 또 2개에서 4개정도 뒤집고 나면, 흥미로운 음반들을 4개에서 12개까지 손에 쥘 수 있었다. 가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몇개를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읽은 책 기록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에서 알라딘과 알라딘 중고서점 얘기하고 음반 찾는 이야기까지 오다니, 어떤 소재를 던져도 수면에 돌이 떨어진 듯 멀리멀리 퍼지는 생각을 편하게 정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좀 개발해야하긴 하겠다.
아무튼, 이틀 전에 Vikingur Olafsson의 드뷔시와 라모 앨범과 함께 이묵돌의 책 3권 <역마>,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그리고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 1>이라는 책을 주문했다. 주문한 책은 하루만에 집에 도착했다. 모든 책을 머리말과 한 챕터씩 읽어놓고 <역마>를 반이 조금 넘게 읽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끊고 서울에서 사라진 후 뜬금없이 우리나라 시골 어딘가에서 생존을 신고했다'는 재미난 후기들이 왜 쏟아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묵돌의 다른 2권의 첫 챕터가 자기들을 먼저 읽어달라고 머리속에서 외쳐댔어서, <역마>를 잠시 닫아두고 하루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와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를 다 읽었다.
문단계와 비평계에서 이묵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르지만,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고 여기저기서 다양한 평가를 받는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도 읽었다. 이묵돌의 글을 읽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평가로만 들은 이 책이 떠올랐다. 수도권을, 서울을 살아가는 20대와 30대의 일상을 다루기 때문이었을까.
그러고 보면 에필로그에 쓴 이 두 작가의 말은 비슷하다. 오래오래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고, 이런 글이라도 읽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오래전부터 나도 몇명의 독자라도 좋으니 내 글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년간 안 하던 독서라는 행동이 자못 상쾌한 느낌이다. 자주자주 많이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