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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선동자 Feb 14. 2021

남자가 양갈래머리 하는 게 뭐 어때서

조선시대에 남자들도 머리숱에 따라 양갈래 머리를 했다고 전해진다.

언제부터 그런 인식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나누어 묶거나, 땋거나, 말아 올린 모양, 즉 양갈래 머리스타일은 소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곤 한다. 나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다니면 주책맞다고 하고, 혹시라도 남자가 그렇게 하고 다닌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실제로 나도 처음 머리를 기르면서 머리가 어중간한 길이일 때 조금이라도 깔끔해 보이려고 양갈래로 묶고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15년 쯤에 남자가 머리를 기르는 것 자체가 극히 생소한 일인 데다가, 그것도 성인 남자가 양갈래로 묶고 다니는 경우는 아마 내가 처음이었을 것 같다. 그때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한 번씩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고,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서 싸움이 일어날 뻔하기도 했었다.)


근데 진짜로 양갈래 머리스타일은 여자들만 해왔을까? 그렇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쌍계머리, 총각머리라 해서 양쪽으로 말아 올린 머리를 조선 전기까지 관례(일종의 성인식)를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 어린 소년들이 흔히 하고 다녔다고 하며, 그 여러 가지 흔적이 각종 문헌과 동자상 유물, 동자가 등장하는 옛 그림에 남아있다. (미혼인 남자를 부르는 "총각"이라는 말의 어원이, 남자아이들이 하고 다닌 양갈래 머리 모양인 "총각머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머리숱이 많은 경우 양갈래로 땋거나 쌍상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전해진다.

민화나 탱화를 보면 머리를 양갈래로 말아 올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에겐 남자들도 머리를 양쪽으로 묶거나 땋아내리는 것이 풍습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당하고, 오랜 시간 미국의 문화에 물들여지면서 인디언들의 머리를 양갈래로 땋는 문화는 많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곳곳에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인디언들은 아직도 머리를 기르고 양갈래로 머리를 땋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 남자아이들의 모습

이렇듯 양갈래머리는 소녀들 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도 해오던 머리스타일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을 거치며 남자들의 긴머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인디언들은 침략한 미국인들에 의해 고유의 문화를 말살당하면서 남자들의 양갈래머리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뿐이다. 긴머리를 한 남자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니 당연히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남자아이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생각을 한 번 해보자. 머리가 어느 정도 자라서 얼굴을 가리고 눈을 찌른다. 머리카락이 이마와 목을 덮으니 땀이 많이 나게 된다. 근데 어중간한 길이라 하나로 묶이지도 않고, 머리카락이 귀에 잘 걸쳐지지도 않는다. 그럴 때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양갈래로 묶는 것이다.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머리가 얼굴을 덮을 만한 길이일 때 가장 편하고 가장 현실적인 머리 모양이 바로 양갈래 머리스타일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나서 머리가 많이 자라면, 하나로 묶을 수도 있고 머리를 땋아서 늘어뜨릴 수도 있으니, 그때부턴 양갈래로 묶는 머리스타일을 잘 하지 않게 된다. 머리를 기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양갈래 머리를 거쳐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머리를 묶을 때 양갈래머리가 생활 편의 면에서는 가장 유용한 머리스타일이다. 아이들은 생활하면서 눕거나 벽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한쪽으로 묶으면 뒤에 묶은 머리가 걸리니 불편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으니 옆으로 눕거나 목을 옆으로 하여 눕는 등 자세가 비뚤어진 상태로 쉬게 된다. 근데 양갈래머리를 하게 되면 눕거나 기댈 때 뒤에 걸리는 부분이 없어서 편하고 바른 자세로 누울 수 있다. 더불어 여름철 무더위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머리스타일이다. 실제로 아이들을 관찰해봤을 때 한쪽으로 묶을 때보다 양쪽으로 묶을 때 더 편안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교실에 머리가 긴 남자아이가 12명이 있고, 그중 양갈래머리를 하고 다니는 남자아이가 5명이 있다. 양갈래 머리를 한 남자아이들이 교실과 운동장을 활보하면서 '남자가 양갈래머리 하는 게 뭐 어때서' 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이 아이들 덕분에 이 아이들과 만나는 다른 사람들도 편견을 허물고 더 폭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갈 때가 된다면, 더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세상,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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