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선동자 Feb 07. 2021

머리카락은 원래 어릴 때 기르는 겁니다

남자아이도 머리가 길어야 한다

예전에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는 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반대를 해서 내게 아쉬움을 토로하던 적이 있었다. 그 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네 맘대로 길러도 돼. 어릴 땐 엄마가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

난 이 말을 듣고 의문이 들었다. 그럼 여자아이였어도 그렇게 말했으려나? 더군다나 그 아이한테는 누나도 있었고, 누나는 머리가 길었다. 딸을 키울 땐 그런 얘기 안했을 텐데...


근데 실제로는 머리는 원래 어릴 때가 가장 기르기 좋다. 아니, 어릴 때 꼭 길러줘야만 한다. 머리를 기르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고, 원래 머리는 길게 자라는 것이다. 그냥 안 자르면 여아든 남아든 길게 자라는 게 당연하다. 아들이 머리를 기른다고 유별난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3년동안 미용실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여긴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릴 때 머리를 기르는 게 좋을까?

1. 머릿결이 좋다

사춘기가 되기 전 아이들은 머릿결이 정말 부드럽고 곱다. 우리 교실에서 매일매일 머리 긴 남자아이들의 머리를 빗어주고 있는데, 머릿결이 정말 부드럽다. 10명의 머리 긴 남자아이들 모두가 머리를 빗어줄 때, 엉키지 않고 스르륵 빗겨 나갈정도로 머릿결이 좋다. 푸석푸석해서 머리 빗을 때마다 꼬이곤 하는 내 머릿결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어릴 땐 머릿결이 비단결같다가도 사춘기가 되고 성인이 되면 머리에 유분이 끼고, 머리카락이 갈라지고 상하게 된다. 그래서 머릿결을 관리하기 위해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데우기도 하고, 독한 파마약이나, 에센스, 트리트먼트 등을 바르며 머릿결 관리에 수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그렇게 머리카락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고, 그것이 성가신 사람들도 생겨나게 된다.

어릴 땐 관리가 필요 없이 그저 자연스레 두기만 해도 머릿결이 곱고 부드럽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기 전의 아이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머리가 긴 게 짧은 것보다 훨씬 더 예쁘다. ▶머리가 길면 여자아이같이 생겼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원래 남자아이의 모습·이다. 짧은 머리의 남자아이는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다만 그게 너무나도 당연히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근데 남자아이들은 가장 귀엽고 예쁜 시기에 머리카락을 짧게 잘리면서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낼 시기를 아쉽게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남자아이가 머리가 길 때(왼쪽), 짧게 자르고 나서의 모습(오른쪽)

2. 긴 머리가 아이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머리가 길면 길 수록 아이는 자연스럽게 몸을 더 움직이고 감각을 더 자극하게 된다. 아이가 머리가 길어져서 눈앞을 가리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긴다. 아니면 목을 흔들어서 머리를 넘기기도 한다. 그리고 머리가 길면 저절로 손이 가고 자주 만져주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몸을 더 움직여주게 되고, 두피와 손가락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머리를 자극해주는 건 안정감을 주는 도파민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아이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렇게 머리를 쓸어 넘기고, 목을 흔들어 머리를 넘기면 불편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게 아이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아니라 건강해지는 시간인 것이다. 근데 나중에 사춘기가 되고 성인이 되면 그런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나중에 크고 나서는 머리카락이 귀찮게 느껴지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은 자녀들의 머리를 만져주며 애착관계를 다진다

3. 부모와 애착을 나눌 중요한 매개체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다. 그 애착관계가 깊이 다져져야 부모를 믿고, 나아가 두려움 없이 세상과 관계해 나갈 수 있다. 애착관계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다. 아이는 부모가 부드럽고 따뜻한 스킨십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긴밀한 신체 접촉을 통해 서로 애착관계가 깊어진다. 특히나 머리를 자극해주는 건 안정감을 주는 도파민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아이가 편안함을 가지고 부모에게 몸을 의지하게 된다. 애착이 강해지면 그만큼 부모와 아이 사이에 친밀감도 높아지고 상호 신뢰감도 공고해진다. 아침저녁마다 머리를 만져주는 게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향후의 육아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머리가 긴 딸을 키우는 보통의 엄마들은 매일 딸의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고 빗어주고 묶어주면서 엄마와 딸 사이의 애착관계를 단단히 다져 나간다. 남자아이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줘야 키우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실제로 조선시대엔 남자아이들도 머리를 빗어주고 땋아주면서 서로의 신뢰관계를 다져나갔다.

근데 나중에 초등 고학년이나 사춘기 되면 누가 자기 머리카락 만지는 거 싫어하게 된다. 아니 자기 몸에 손대는 것도 싫어하게 된다. 친밀함을 나누고 싶어도 이미 때가 지난 것이다.

아이에게 가해지는 이발은 분명 아동학대다

4. 아동학대기 때문에

유아들은 원래 본능적으로 머리자르는 걸 싫어한다. 아들을 키워본 부모라면,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이발을 할 때 얼마나 자지러지게 울어댔는지 기억할 것이다. 이는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고통을 무시한 채 지속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임을 비춰 보면 분명히 아동학대다. ▶"우리 애는 머리 자르는 거 좋아하는데요?" 물론 어느 정도 큰 아이라면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근데 그 아이도 아주 어릴 때 처음 이발할때도 좋아했는가? 학대에 길들여지면 아이는 체념하고 학대를 받아들이게 된다. 아동학대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정인이도, 학대에 오랜 시간 길들여지면서 학대받을 때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억지로 머리를 자르는 학대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더이상 그것에 대해 완강한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머리자르는 걸 좋아한다 한들, 그게 과연 머리자르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 걸까? 머리 자르면 사탕 먹는다, 머리 자르면 장난감 사준다, 머리 자르면 칭찬받는다, 머리 자를 때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본다, 등 머리 자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조건부 보상때문에 좋아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정말 머리 자르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치자. 극소수의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나머지 고통받는 아이들의 고통을 나몰라라 할 수 있는가? 학대는 학대다. 다만 '남자아이 강제 이발'이 너무나 공기처럼 존재하는 관습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게 아동학대인지 모를 뿐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아동학대인 '남자아이 강제 이발'을 멈춰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99.9%의 부모들이 저지르는 최악의 성차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