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남자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강제로 머리카락을 짧게 잘릴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며 나부터 머리카락을 길러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머리카락을 기르게 된 남자아이들이 주변에 생겨나게 되었고,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남자아이들 중에서도 머리 긴 남자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머리 긴 남자아이들을 많이 봐 왔고, 그 아이들을 관찰하며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남자아이들이 머리가 길면 어떤 좋은 점들이 있을까?
1. 예쁘다
남자아이도 머리카락이 길면 짧을 때보다 더 예쁘다. 반대로 머리카락이 긴 여자아이가 투블럭 수준으로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다고 상상해보면 어떤가?
어린아이들에게 화장을 시키거나, 염색, 파마를 하면 위화감이 느껴지듯이,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예뻐 보인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로, 인위적으로 짧게 자른 머리보다는 자연스럽게 길게 자란 머리가 더 예뻐 보인다.
머리카락이 길 때(좌), 머리를 짧게 잘랐을 때(우)
2.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 중에 하나가 머리카락이 길면 머리 감기고 말리고 빗어주고 묶어주느라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해주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길면 짧을 때보다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근데 아이는 그렇게 부모의 손길이 많이 가면 갈수록 긴밀한 신체 접촉을 통해 서로의 애착관계가 상당히 깊어진다. 특히나 머리를 자극해주는 건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아이가 편안함을 가지고 부모한테 몸을 의지하게 된다. 애착이 강해지면 그만큼 부모와 아이 사이에 친밀감도 높아지고 상호 신뢰감도 공고해진다. 아침저녁마다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게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향후의 안정적인 육아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머리카락이 긴 딸을 키우는 보통의 엄마들은 매일 딸의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고 빗어주고 묶어주면서 엄마와 딸 사이의 애착관계를 단단히 다져 나간다. 남자아이도 그런 과정이 있어야 키우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실제로 조선시대엔 남자아이들도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땋아주면서 서로의 신뢰관계를 다져나갔고,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도 서로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면서 영혼의 교감을 나눴다고 전해진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머리카락을 땋아주면서 영혼의 교감을 나눴다
3. 건강해진다
머리카락이 길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몸을 더 움직이고 감각을 더 자극하게 된다. 아이가 머리카락이 길어서 눈앞을 가리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긴다. 아니면 몸을 흔들어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기도 한다. 그렇게 머리카락이 길면 저절로 손이 가고, 자주 만져주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몸을 더 움직여주게 되고, 머리와 손가락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머리를 자극해주면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과 의지를 키워주는 도파민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손가락 끝을 자주 자극시켜주면 면역력이 강해지고 뇌 발달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렇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고, 목을 흔들어 머리카락을 넘기면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아이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는 과정인 것이다.
한편에서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면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 산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땐 머리카락을 묶거나 땋아주면 된다. 평소엔 머리카락을 풀고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주며 신체를 더 자극하게 해 주고, 책을 보거나 무언가에 집중하는 등 배움의 시간을 가질 때에는 머리카락을 묶거나 땋아서 시야를 가리지 않게 해 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머리카락은 인간의 영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여 신성시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
4. 미용실을 자주 안 가도 된다
많은 부모들이 딸을 키우다가 아들을 키우면 미용실을 너무 자주 데리고 가야 돼서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한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머리카락이 조금만 자라도 부산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일정하게 짧은 길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1달에 1~2번 정도 자주 미용실을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머리카락을 자르는 과정은 상당히 불쾌하고 힘든 과정이다. 대개 남자아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원해서 자르는 것이 아닌 강제로 잘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경우 훨씬 더 힘들고 불쾌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몸을 붙잡고 꽁꽁 싸매고, 낯선 공간에서 낯선 어른이 자기 몸을 아무런 동의도 없이 만지고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린 머리카락이 얼굴이랑 목에 덕지덕지 붙어서 따갑고 아프다. 이게 큰 아이나 어른들 입장에서는 잠깐 따갑고 답답하고 말겠지만, 감각이 예민한 영유아나 초등 저학년들한테는 상당한 불쾌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렇듯 움직이지도 못하고, 무섭고, 불편하고, 따갑고 아픈 걸 오랜 시간 동안 견뎌내야 하는, 어리디 어린아이한테는 상당히 불쾌하고 힘든 과정인 것이다. 머리카락이 어느 정도 길다면 미용실을 거의 가지 않아도 되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서 치르는 그 전쟁통을 겪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아이들에게 머리 자르는 과정은 상당히 불쾌하고 힘든 일이다
5. 고정관념 없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다
원래 머리카락 길이와 성별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다만 근대화 과정에서 남자들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를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거쳐 오며, 마치 남자들은 원래부터 짧은 머리라는 고정관념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된 것뿐이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지 않은 남자아이들도 선택의 여지없이 어릴 때부터 등 떠밀려 강제로 머리카락을 잘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여자와 남자가 무엇이 다른가 하고 물어보면 가장 많이 대답하는 것이 머리카락이 길면 여자, 짧으면 남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어린아이들이 '짧은 머리 = 남자'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정관념을 허물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자아이들에게 머리가 긴 남자들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 가정에서라도,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라도, 우리가 소속된 작은 공동체에서라도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남자가 머리가 긴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기게 되고, 머리카락 길이와 같은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성별을 판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아이들이 선택을 할 때 오롯이 자기의 의지와 취향으로 선택을 할 수 있다. 남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하며 자기가 원하는 걸 선택하길 주저하거나, 자기가 원치 않는 걸 등 떠밀려 마지못해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은 '내가 성별이나 나이, 인종, 타고난 성격 등등 때문에 하지 못할 것은 없다' 여기며 온전히 자기의 의지대로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자라나서 사회를 이끌어나갈 나이가 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좀 더 자유롭고 포용적인 세상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여동생(왼쪽)과 오빠(오른쪽)의 모습
머리카락은 본래 인간의 몸에 필요하기 때문에 길게 자라는 것이다. 나중에 성장해서 본인의 필요에 의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염색을 하거나 파마를 할 순 있어도, 적어도 어린 시절만큼은 머리카락에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준다. 아이들에겐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의 환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