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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Jun 16. 2024

캐나다에서 10살,
내 딸아이의 첫 외박


캐나다에 오면서 어떻게 살지, 영주권을 받을지도 걱정이 되었지만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아이들이었다.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도 보내지 않았고, 영어 학습지조차 시키지 않아서 영어를 처음 가본 캐나다에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아이들이 걱정되었지만, 어차피 외국을 갈 거면 한국에서는 영어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영어에 돈을 쓰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엘츠 점수가 나오지 않는 아빠 덕분에,  2개월 필리핀 어학연수 경험을 가지고, 캐나다 조기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온 SK 주의 학교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 더군다나 외국인도 흔치 않다. 한 반에 2~3명만 외국인인 빡센 곳에서 아이들이 적응을 잘 할지 부모로서의 불안감이 들었지만, 원래 아이들은 3개월 울고 오면 그다음부터는 한국에 들어가기 싫어할 정도로 캐나다를 좋아한다고 하니, 시간을 기다리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쭌이가 학교를 가기 전에 운 딱 하루만 제외하고  우리 아이들은 쉽게 적응하며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욕심은 생일파티에도 초대받고, 영어도 유창하게 하며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인데, 어찌 된 것이 학년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가끔 놀이터에서 만나면 반갑게 함께 놀지만, 부모들에 경우에는 우리와 친해지려고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외국인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데면데면한 건지 모르겠지만 잠깐 인사를 하고 끝이었다. 

내 주제를 모르고, 내 과한 욕심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자리 잡아서 우리가 먼저 친구들을 초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쩡이가 슬립오버(Sleepover) 초대장을 들고 왔다.

엄마! Calli 생일인데, 슬립 오버 한대
나 가도 돼??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이 슬립오버를 한다는 말을 들어봤는데, 생일 파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슬립 오버 생일 파티를 초대받다니!! 나도 열심히 캐나다 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쩡이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캐나다 생활을 하고 있던 것이 참 기특하고 감격스럽다. 


근데, Calli는 엄마랑 안 살고 이모랑 살고 있대.
그래서 이모 연락처로 연락해야 돼!



 그 말에,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 생일 파티가 진짜인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 박스 안에 있는 잡생각들이 잠시 튀어나왔지만 다시 닫고, 이모에게 연락을 했다. 

먼저, 날짜가 잘못되어 있어서 정확한 날짜를 물어보고 어떤 준비물을 가지고 가면 되냐고 물어봤다. 


짧은 문자를 마치고, 다가오는 Calli의 생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Calli의 생일 전날, 쩡이에게 "Calli 생일은 준비 다 됐대?"라고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는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모르겠네,
Calli 일주일 동안 학교에 안 나왔는데?
여행 간다고 했던 거 같아.


그 말을 들은 순간, 이 생일 파티가 진짜 열리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잠시 들었지만, 만약 취소되었으면 돌아오면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첫 외박을 준비를 했다. 

기대하던 시간이 다가와, 온 가족이 함께 쩡이의 첫 외박을 배웅하기 위해 Calli의 집 앞으로 갔다.
창 너머로 밖을 보며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 안심을 하며 벨을 눌렀다. 문을 열자, 핑크 핑크 한 핑크랜드가 펼쳐졌다. 내가 본 생일 파티 중에 가장 화려하게 준비한 파티장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보다 먼저 온 아이들이 분홍색 가운을 입고 신나하면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인상 좋은 Calli의 이모가 내일 11시에서 12시에 데리러 오라고 하며 쩡이의 짐을 받아 주었다.

다음날 11시 40분쯤 쩡이를 데리러 갔는데, Calli 네 집 앞에 몇 대의 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벨을 누르고 기다리니, 짐을 챙겨서 나오는 쩡이를 모든 친구들이 나와서 안아주면서 잘 가라고 인사를 해준다. Calli의 이모는 쩡이가 정말 최고였다고 칭찬을 해주면서 배웅을 해주었다. 

쩡이를 데리고 나오니, 차에서 기다리던 엄마들이 나와서 다른 아이들을 찾아갔다. 나에게 본인 아이를 가장 먼저 찾으면, 화를 낼 거 같아서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Perfect time이라고 엄지를 올리고 지나갔다. 아이를 배려해서 기다리고 있던 엄마들의 눈치 게임에서 내가 총대를 멨었나 보다.


쩡이를 비롯해서 모든 아이들의 머리에는 휘황찬란한 가발들로 이쁘게 장식되어 있었고, 립글로스, 향수, 립밤, 매니큐어, 가운을 선물로 받아왔다. 아마 Calli 네 이모가 뷰티 쪽 일을 하는 것 같다.


이모가 보낸 사진에는 족욕도 하고, 젤리로 김밥도 만들고 근사한 장식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저녁에는 첫 외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온 기념으로 작은 케이크를 사서 함께 축하했다. 
쩡이가 순하고 친구들을 리드하지 못하고 졸졸 쫓아다녀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리드하지 않고 쫓아다니면 어떠나,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지~ 나보다 그릇이 큰 아이들이라 참견하지 말고 묵묵히 옆에서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내 임무 같다. 첫 외박은 성공적이었고,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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