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
코로나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예술의 세계로 자꾸만 빠져들고 싶다. 고독은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고 또 창조시키기도 한다. 프랑스 지베르니 정원을 다녀온 이후로 모네 그리고 인상파에 푹 빠졌었다. 인상파에 대해 공부하면서 당연 르누아르 작품도 자주 접했다. 그의 작품에 있어서는 밝은색채와 화려한 꽃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우연히 르누아르 영화를 보면서 화가에 대한 호기심이 깊어졌다. 르누아르에 대해 조금 더 알고나니 이 작가를 만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르누아르는 유독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화가다. 작품은 무조건 밝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그래서 생기있는 여인들과 아이의 모습을 특히나 많이 그린다. 그의 작품은 너무나도 화사하고 밝다. 거기다가 일렁이는 느낌은 봄꽃을 보는 것처럼 설레게 만든다. 내가 유독 기감이 발달해서 그런지 어떤 사람과 사물 물체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를 그대로 느끼는 편인데 이것 때문에 어두운 무언가를 오래 못본다. 그런면에서 르누아르의 작품은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기쁨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매력이 있고 내가 만날 수 밖에 없는 화가였다.
풍경속의 누드가 르누아르의 메인테마였는데 그는 여인의 맨 살결에서 빛의 변화를 포착했다. 모네는 빛의 변화를 이용해 주로 풍경을 그려냈다면 르누아르에게 풍경은 그저 배경에 불과했고 풍경 속 여인의 몸에 집중했다. 여인의 선은 늘 아름답다. 르누아르에게 있어 여성은 행복, 아름다움, 장미였다.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젊음과 여성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는 진심으로 아름다운 것을 추구했나보다. 사실 르누아르를 알기전에는 여성의 몸을 소재로 다루는 예술가들에 대한 비판적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여성의 선은 너무 아릅다고 여성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타고난 행운아다. 예술가들은 그저 아름다움을 예술로써 소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그림을 그린 건 아니였다. 르누아르는 도자기 공방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 부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그는 이곳에서 색채를 배웠고 섬세함을 익혔다. 르누아르는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에서 빛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반했다. 이것을 계기로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리며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작품의 윤곽선이 흐리고 터치가 거칠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르누아르는 인상파속에 살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인상파이길 거부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후에 라파엘로의 영향을 받아 인상파 전 고전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의 화풍은 많이 변화한다.
예술가들의 삶을 엿보면 늘 가슴이 뛴다. 영혼을 씻어주는 이 작품을 그린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물음. 부인이었던 알린 샤리고와 아이들의 유모였던 가브리엘, 가족의 일원이였던 여인들을 시작으로 마지막 모델 데데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여인이 작업의 핵심소재가 되어 인상주의 화가, 그림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만나는 행복을 누리길 원했던 화가, 그림이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길 바랬던 화가, 그래서 기쁨으로 가득찬 따스한 작품을 창조해냈던 화가가 바로 르누아르였다. 그의 작품 덕분에 코로나로 인한 지루함을 떨치고 생기를 얻을 수 있었다. 겨울이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계절이 변하면 그의 말처럼 고통이 있던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가 아물고 승화된 아름다움만이 자리하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르누아르#인상파#모네#마네#프랑스미술#미술역사#예술#방구석미술관#인상주의#화가#풀밭위의점심#목욕하는여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