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그린 수련
7~8월이면 빨갛고 단정한 꽃이 수면위로 고개를 든다. 만발해 화려함을 이루는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한 송이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 꽃은 정갈하고 도도하다. 어떻게 저런 자태로 피어나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연꽃을 말한다. 수많은 화가들이 수많은 꽃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 꽃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화가가 있다는 것은 드물다. 연꽃 하면 누가 떠오를까. 바로 클로드 모네일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이자 인상파의 창시자인 모네는 내가 미술에 처음 입문한 계기이기도 하다. 가장 처음 사랑하게 된 화가다. 그래서 앞으로 모네 이야기는 여러번 하게 될 것 같다.
클로드 모네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 그 바로 첫 이야기는 수련연작이다. 우리집 앞 공원에는 이맘때쯤 연꽃이 만발하는 작은 연못이 있다. 요즘도 어김없이 그곳을 돌다가 연꽃을 보았고 문득 모네의 수련 연작이 떠올랐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알게 된 사람들도 많다.
모네의 수련 연작 역사는 그의 인생 말년부터 시작한다. 그는 43살에 지베르니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그곳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았다.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은 들르고 싶은 곳으로 손 꼽히는 지베르니 정원이다. 이곳은 물의 정원, 꽃의 정원, 모네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의 정원은 연못이다. 모네는 빛 만큼이나 물에 도 관심이 깊었다. 연못을 만든 이유도 수면을 연구하기에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물은 민감해진다. 물의 색이 달라지고 빛의 산란, 생명의 서식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물의 정원은 그에게 탁원한 모델이었다. 물의 정원을 만든 뒤 그는 자신이 꾸민 이곳에 매료되어 250여점에 이르는 수련을 그린다.
이 때가 1890년대였는데 모네는 그 전의 인상파를 창시한 것보다 미술사적으로 더 의미있는 연작(series)작업을 시작한다. 연작이라는 형식은 동일한 모티브를 유사한 구도와 서로 다른 분위기로 반복해서 그리는 것이다. 모네는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수련과 연못의 색채를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나무와 물의 색이 고정된 초록색과 하늘색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모네는 그야말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효과를 수련 연작을 통해 완성해낸 것이다.
모네가 시작한 '연작'은 이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칸딘스키, 몬드리안, 앤디 워홀 등 화가들의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 되었다.
돌연 마법처럼 내 연못이 깨어났다. 난 홀린듯 팔레트와 붓을 잡았고
다시는 그보다 더 멋진 모델을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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