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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앤킴 Feb 16. 2024

어리석게도 쉽게 심판자가 되려 한다.

영화 - 오두막

< 오두막, 스튜어트 하젤딘 감독, 샘 워싱턴 주연, 미국, 2017 >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종교 영화인가 싶었는데, 선입견을 거두고 보니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가족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샘 워싱턴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숲 속의 판타지적 장면이 더해져서 영화 <아바타>가 잠시 연상되기도 했다.


샘은 누구보다 훌륭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의 이런 성장이 남들보다 대견한 것은 어릴 적 엄청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희생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죄책감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샘은 술주정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사에게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신의 죄를 말한다. 이런 폭로를 당한 아버지는 매우 분노하여 어린 샘을 잔인하게 때렸다. 무차별적인 폭력에서 벗어나고 엄마의 슬픔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 샘은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아버지의 술병에 몰래 독약을 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가족들과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샘은 아내가 출장 간 사이 세 아이들과 캠핑을 떠난다. 이 여행에서 카누를 타던 큰 아이들이 사고를 당해 구하는 동안, 그의 막내딸이 사라져 버린다.

경찰은 막내 미시의 찢긴 원피스와 핏자국을 산속 오두막에서 발견한다. 미시는 잔인한 연쇄 살인범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 끔찍한 사고로 평범한 샘 가족의 일상은 송두리째 사라졌다.


미시를 잃은 지 4년이 지나도 샘은 여전히 일상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서로 대화도 없이 각자의 슬픔 속에 잠식되어 지냈다. 남겨진 사춘기 남매들과의 관계마저도 매우 악화되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아내는 하느님을 '파파'라 부르지만, 샘은 더 이상 그 파파의 존재를 믿지 못한다. 아니, 파파를 지독히 원망하고 미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샘의 우체통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미시의 마지막 흔적이 발견된 그 오두막으로 오라는 파파의 부름이었다. 이 비현실적인 편지에 의문을 품었지만, 사고 이후 내내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샘은 마지막 희망에 의지한 채 그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 오두막에서 미시의 흔적을 발견하고 애써 눌러놓은 분노를 표출하던 샘은 낯선 남자의 이끌림에 의해 드디어 파파를 만난다. 파파의 아들인 예수와 바람의 숨결이라 불리는 성령 사라유도 만난다.

이들과의 신비로운 만남을 통해 샘의 분노를 치유하고, 어릴 적 아버지를 만나 서로를 용서하고, 미시의 밝은 모습을 보게 되면서 비로소 그가 슬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샘이 파파의 존재를 믿기까지 그리 평온하고 이상적이진 않았다. 당연히 딸을 잃은 분노와 슬픔을 파파에게 따져 묻고, 불신하며 원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도움으로 샘은 오랜 지옥에서 벗어나려 노력해 보기로 한다. 가족들과 함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또다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희망을 엿보게 된다.

가족 모두가 이 엄청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인생에서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한 종교적 치유를 그린 영화이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객관적 시각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두막을 찾아간 샘처럼 인생이 괴로움으로 가득한 사람들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영화 같다. 꼭 그 대상이 하느님이 아니라도,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기만의 '파파'같은 존재에 대해 믿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준다.

솔직히, 조금은 어려운 문제 같다. 종교적인 성찰로 그 용서가 강요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영화의 내용 중에 인간들이 자기의 뜻대로 항상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를테면 영화에서 샘은 자신의 자녀들은 ‘착함’, ‘올바름‘등으로 당연히 규정한다. 그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겨진 이런 것도 일상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심판이라고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가 습관적으로 쉽게 그런 심판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되돌아보고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각자의 심판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기에 갈등과 싸움, 전쟁이 생겨나고 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이 종교적 색채를 띄긴 하지만, 커다란 슬픔과 고통에 처한 사람들에게 일상의 치유와 명상에 관한 조언으로 감상하기에 적합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각자 그 '파파'가 누구든지 간에, 때론 나 자신이 스스로 파파가 되어주어서라도, 우리에게 어떤 인생이 펼쳐지더라도 자신의 일생을 굳건히 살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남겨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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