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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1. 2024

15. 일용직 노동도 장비빨, 필수품 추천

뭐든 시작하는 데 오래 걸리고, 예열의 시간이 긴 나는 장비에도 큰 욕심이 없다. 생각하고 생각하다 흥미를 잃거나, 적응하느라 뭘 준비해야 할지를 잊어버리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일용직 노동 현장 경험만큼은 매번 다른 현장들을 접해서 그랬는지 닮은 듯 다른 현장들을 가면서 노동 장비에 대한 취향 같은 게 생겨버렸다. 요령이라고 1도 없는 몸으로 그래도 도움을 꽤나 쏠쏠하게 받았던 아주 주관적으로 뽑은 일용직 노동 필수품 베스트 7을 정리해 보았다. 


1. 코팅 장갑 (feat. 손목 부분 부드러운 것)

장갑을 나누어주는 현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현장은 자기의 장갑을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현장에서 나누어주는 장갑들은 대부분 목장갑이었는데 목장갑은 손가락 부분을 잘라서 PDA 등을 사용하기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너무 춥거나 더운 현장에서는 보온이나 방수가 안 돼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그때 챙겨간 코팅장갑은 꽤나 든든한 노동 필수품이었다. 물건을 잡는 그립감도 좋고, 테이프를 붙여야 할 때 장갑에 들러붙는 일이 없어 매우 편리했다. 하지만 코팅장갑을 고를 때도 꼭 살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나는 손목 부분에 색이 크리스마스 컬러 같다는 지극히 철이 없는 기준을 가지고 골랐는데, 손목 부분이 거 끌거려 나중에는 빨갛게 부어오르기도 했다. 손을 자주 움직이는 일이 많기에 손 목 부분이 조금 부드러운 것을 고르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으니 손목 부분을 피부에 살짝 문질러보고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2. 커터칼 (칼은 크고 두께감 있는 것)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커터칼도 나눠주는 곳이 있었지만 직접 가져가야 하는 현장도 있었다. 커터칼은 주로 노끈이나 테이프를 자를 때 사용되는 데 무조건 크고 튼튼한 것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힘이 없는 칼로 노끈 같은 것을 자를 때는 손목에 힘도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칼날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커터칼은 최대한 튼튼하고 큰 것이 도움이 됐다. 그리고 노끈을 자를 때는 칼을 사선으로 해서 마치 생선회를 뜨듯 그어주면 쉽게 잘린다는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다!



3. 앞치마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앞치마는 사실 나는 상상도 못 했던 아이템이고, 마지막 현장에서 알게 된 아이템이라 써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현장에는 먼지도 많고, 땀도 많이 흘리는 탓에 아무리 버려도 괜찮은 옷을 입고 가더라도 쉬이 더러워져 집에 돌아가는 길이 민망한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 고인 물 언니들은 모두 앞치마를 하고 앞치마 앞주머니에 칼이나 장갑, 휴대폰 등을 넣고 다니며 두 손을 자유롭게 썼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깔끔하게 벗어 들고나가며 

깨끗한 옷 상태 그대로 퇴근을 했다. 마치 작업복처럼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일할 때만 입고 벗었다를 하는 앞치마는 내가 다시 컨베이너 벨트가 있는 현장에 간다면 들고 가고 싶은 아이템 1번이다. 








4. 덴탈 마스크 여러 개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너무 더울 때 현장을 갔었어서 사실 마스크는 상상도 못 했지만, 한번 다녀와서 심하게 기침을 하고 열이 났던 터라 웬만하면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KF94 마스크는 절대 현장에서 답답해서 쓸 수가 없었고 덴탈 마스크가 먼지로부터 나를 지킬 수도 있을뿐더러 가볍고 소지도 편해 더 적합했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일도 하고 밥도 먹는 탓에 손에 자주 걸고 다니게 되는데 그때 힘이 약한 마스크 끈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능하다면 2-3개 여분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끊어질 때마다 바꿔준다면 나의 입과 코 폐와 기관지를 지켜가며 일용직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5. 물을 부으면 부러나는 1회용 수건  

(이미지 출처 : 부러나 공식홈페이지)

이건 나의 노동파트너에게 전수받은 꿀팁템이었다. 너무 더웠던 현장에 수건은 짐이 될 뿐. 손바닥보다도 작은 사이즈로 물만 부으면 부러나는 1회용 수건은 얼음물에 감쌌다가 목에 얹어주면 몸에 온도도 내려가고 땀도 닦을 수 있는 필수템이었다. 부피도 작아 쉽게 휴대가 가능하고 목이 더워지면 다시 물병에 감을 수 있어 정말이지 너무나 요긴하게 쓰였다. 날이 추워졌을 때도 수건 같은 것들을 챙기기 힘든 현장이 많을 테니 이러한 1회용 수건을 가지고 있으면 물만 부으면 어디서나 깨끗하게 손이나 목을 닦을 수 있다. 추천! 





6. 쿠션 좋은 운동화  

현장은 사고에 대비해서 샌들, 슬리퍼, 크록스 등의 신발은 금지되어 있었고 운동화나 안전화가 필수착용이었다. 특별히 중량이 큰 물건을 옮기는 것은 아니었어서 나는 내가 가진 운동화 중 가장 가볍고 쿠션이 좋은 러닝화를 신고 갔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이 걸어 다녀야 하는 특성상 멋내기용 신발이나 밑창이 얇은 신발은 끝나는 즉시 족저근막염이나 허리통증을 고속으로 부를 수도 있으니 멋부리지 말고 쿠션 좋은 운동화를 신자!  



 7.  접이식 방석   

(이미지 출처 : 다이소 공식홈페이지)

접이식 방석은 현장 바닥에서 물건을 세거나, 작업을 해야 할 때 정말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다. 바닥은 대부분 먼지가 많고 더러워서 온몸이 먼지로 범벅이 되기 일쑤인데 접이식 방석은 무게도 가볍고 휴대도 쉬워서 많은 고인 물들이 들고 다니는 잇템이었다. 그들은 잠깐씩 주어지는 쉬는 시간에도 바닥에 접이식 방석을 깔고 편하게 휴식을 즐겼다. 물류센터에서 피킹이나 패킹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져가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필수템이었다! 








이 상 7가지 물건들은 내가 일용직 현장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다이소의 수많은 물건들 중 하나로 지나치고 넘어갔을 물건들이다. 내가 "일용직 가자~"라고 그들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되어준 물건들이라 더 추억이 서려있고, 정겹다. 무슨 일이나 그렇듯 든든한 장비는 효율과 능률을 올려준다. 이렇게 필수템들을 적고 보니 지난여름의 꿈같았던 현장들이 하나씩 생각난다. 참으로 진하고 귀한 시간들이었다. 최근 일 때문에 머리가 지끈 거리는 날이 이어지고 있는데 당장에라도 일곱가지 물건들을 챙겨 또 무념무상의 시간으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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