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잠긴 배
장항 물량장 앞 배들이 정박해 있다.
누군가의 힘이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는 배들
그 중 한 배는 물에 반쯤 잠겨있다.
배 주인이 알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을
오늘도 밧줄에 묶이고 물에 가득차니
힘이 빠져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이 빠지는 썰물만이 배에게는 희망이다.
썰물이 되면 배 주인은 조업시간이 아니어서
배를 찾지 않지만
그 배는 누군가 배 주인에게 연락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반쯤 잠긴 배는
오늘도 희망을 갖고 기다린다.
▲ 서천군 장항항에 정박중인 반쯤 가라 앉은 배 ©김한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