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아파요
아들 사랑이 각별한 한 학부모가 있었다. 감기로 1년에 한 질병 결석만 해도 30일 이상을 기록한 학생의 어머니이다. 아침마다 내게 보내는 문자는 항상 같았다. ‘우리 A가 아파서 학교 못 보내겠네요.’, ‘덩치는 커도 면역력이 약해요.’ A를 통해 진료확인서를 꼬박꼬박 보내오니 학기초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출한 1학년 남학생을 찾기 위해 그 남학생과 친분이 있었던 학생들에게 행방을 묻는 일이 있었다. 그 날 질병 결석한 A도 가출한 남학생과 친했다는 정보가 있어 전화를 걸어 행방을 알아보고자 했다. A가 전화를 받지 않아 A의 어머니에 전화를 걸어보니 같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한다. A의 어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A를 바꿔달라고 하자 난데없이 호통이 들려왔다.
“그걸 왜 우리 A한테 물어봐요?”
가출한 남학생과 친분이 있어 행방을 아는지 묻고자 한다는데 웬 말인가.
다시 상황 설명을 하니 “그러니까 그걸 왜 우리 A한테 물어봐요? 애가 뭘 안다고? 나한테 물어봐요!”
도돌이표 같은 질문과 답에 지친 나는 대충 전화를 끊었다. 30분 후에 A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가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사실 A 지금 저랑 같이 없어요. 병원에 저 혼자 왔어요.”
이해가 되지 않은 나는 “무슨 말씀이시죠?”라고 되물었다.
“거짓말했어요. A는 친구 집에서 자고 있어요. 아까 저한테 전화해서 선생님한테 병원 갔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어 짧은 탄식을 내뱉은 나에게 A의 어머니는 충격적인 말을 이어갔다.
“사실 혼자 병원에 온 건, A 진료 확인서 발급받으러 온 거였어요.”
“A가 진료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발급받으려고 하셨어요?”
“여기 의원은 우리 아들이 어릴 때부터 다니던 곳이라, 말만 하면 발급서 그냥 떼줘요.”
할 말은 많았지만 더는 긴 통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짧은 충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면역력이 약하다던 A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질병 결석을 했으며, 증빙서류 또한 잘 가져왔다. 결석할 때마다 A가 정말 아픈 건지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신뢰를 잃은 데다 항상 당사자인 A 대신 그 어머니와 통화 및 문자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선생님, A가 또 아프네요. 왜 이리 아픈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씻고 병원 다녀오려고요.”
다음날 학생이 가지고 온 증빙서류는 1년 동안 늘 서류를 발급받았던 예의 그 의원의 진료확인서였다. 완벽하지도 않은 거짓말을 자꾸만 일삼는 학부모에 학을 뗀 나는 의욕을 잃은 지 오래였다. 담임교사의 의견은 들을 가치도 없고 자신의 생각과 말만이 정답이라는 학부모와 이야기하는 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로서 경찰 흉내를 내는 것도 싫었고 담임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한다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그 학생의 지도를 원치 않았다.
혹독했던 여름이 지나고 막 입추를 넘겼을 무렵, 어김없이 아팠던 A는 점심을 먹고 조퇴를 하게 되었다. 당시 담임과 다른 학교 겸임 수업을 병행했던 나는 A의 조퇴를 위해 4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로 복귀했다. 교실에 가보니 A는 친구들이 보드 게임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조퇴를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의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선생님, 우리 A가 점심도 못 먹을 정도로 아팠다는데 알고 계셨나요?]
‘또 시작했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퇴시키기 전에 보니 친구들과 잘 놀고 있기에 이상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점심을 못 먹었을 정도로 많이 아팠나 보군요.]
[너무 아파서 밥도 못 먹고 왔어요. 너무 속상하네요. 항생제도 먹고 있어요.]
[저도 속상합니다. 학교에선 아픈 모습 안 보여줘서 몰랐습니다만, 좀 더 관찰하고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애들은 뛰어놀 때 잘 관찰하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엄마로서는 매우 예민합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이 문자를 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단 하나.
‘할말하않’
일교차가 큰 환절기라 그런지 A는 더욱 아파했으며 이윽고 8일 연속 질병 결석을 했다. 질병 결석 일수가 28일이 되는 날이었다. 앞으로도 결석이 계속되면 유예 처리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렸다.
“어머니, A가 자주 아파서 고생 많으시죠?”
“네. 저까지 감기 옮아서 지금 병원 가려고요. 근데 아이가 병원에 먼저 가 있다고 하네요. 친구가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친구 얼굴 보러 먼저 갔나 봐요.”
“부지런하네요. A도 어서 나아야 할 텐데요. 현재까지 A의 결석일수는 28일입니다. 앞으로 30일 이상 또 결석을 하게 되면 3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아파서 결석한 건데 출석 인정 안 돼요?”
“네. 질병 결석도 결석 일수에 포함이 됩니다.”
“알겠다고요!”
중요한 정보를 안내하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화를 내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감기로 인해 8일 동안 결석하면서 A의 목격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방과 후에 학교에서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다더라, 친구 병문안 갔다더라 등의 아픈 사람 치고는 무척 활발한 행동 범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날은 조회시간에 교실에 가지 않고 으슥한 교내 복도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다른 학년 교무실에서 훈계를 들은 적도 있다. 담배 냄새를 맡은 선생님이 “너 담배 피웠지?”라고 물었는데 절대 안 피웠다고 우기며 대드는 바람에 뒷수습해야만 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학부모와 학생을 상대로 정면으로 맞부딪혀 해결책을 꾀해야 했을까, 참고 1년이 지나가기를 버텨야 했을까. 담임으로서 어떻게 행동했어야 가장 옳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