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2022학년도 수능이 실시되었다. 4년 만에 수능 감독으로 차출되었다. 4년 전에는 한 중학교에 오래 근무하던 참이었기에 학교 측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2년 연속으로 수능 감독에서 제외되었고, 그 후 다른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기간제에게 맞길 수 없다며 강제로 배려 당했다.
올해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발령받아 수능 감독은 의무적이었다. 엄청난 부담감과 긴장감 속에서 감독관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임용공부 이후로 오랜만에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교시별로 감독관 유의사항이 달라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었다.
수능 감독은 1, 2, 3교시 제1감독관과 제2감독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4교시 한국사와 탐구영역은 제3감독관까지 해서 총 3명의 감독관이 한 시험실에 배정된다. 정감독은 1감독관, 부감독은 2감독관으로 누가 더 편하다는 건 없지만, 부담의 차이가 크다.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는 대부분 정감독을 하라는 교육청의 공문이 있었다. 중학교나 특성화고 교사는 모의고사 감독 경험이 없어 수능 정감독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 감독 경험이 있는 나도 어려운 데 당연한 일이다.
수능 당일, 감독관은 7시 30분 전까지 시험장에 도착해서 감독 준비를 마쳐야 한다. 대기실에 가면 학교 관계자가 감독관들의 스마트폰을 모두 수거해간다. 시험 중에 감독관의 스마트폰으로 인해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된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워치도 착용할 수 없어 애정하는 목제 시계를 차고 갔다. 감독관 대기실에 들어가면 아침 식사 대용인 김밥과 샌드위치, 하루 동안 먹을 간식 꾸러미를 받는다. 감독관 선생님들이 가장 기대하는 게 이 간식들과 점심 식사이다. 시험장 학교에서 이를 만족스럽게 제공하지 못하면 1년 동안 욕을 먹게 된다. 내가 감독으로 갔던 학교는 시설 좋고 큰 규모의 학교였다. 작년에 이 학교로 감독을 왔던 선생님들이 점심도 맛있고, 양치 도구까지 제공해줘서 극찬했던 곳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자, 1교시 감독표가 앞쪽 칠판에 부착되었다. 나와 학년 부장은 운 좋게 1교시 감독을 피할 수 있었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김밥을 먹으며 감독관 유의사항 책자를 보며 복습했다. 1교시는 8시 10분에 입실하여 수험생 신분 확인(마스크를 내리게 해서 수험표와 실제 얼굴 대조), 입실 금지 물품 수거 등으로 정신이 없고 막중한 책임이 요구된다.
1교시 감독이 없는 것을 통해 2, 3, 4교시 내리 감독임을 직감했다. 2교시는 수학 영역으로 100분이라는 긴 시험시간을 자랑하지만, 감독에 있어 부담은 적었다. 100분 동안 제대로 푸는 학생은 24명 중에서 6명에 불과했다. 점심시간에 수학 문제 푸는 학생들 몇 명이었냐는 학년 부장의 질문에 6명이라고 대답하자, “제가 이런 힘든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라는 하소연이 돌아왔다.
부랴부랴 식사를 끝내고 3교시 영어영역 감독을 들어갔다. 2교시는 정감독이었으나, 3교시는 부감독이었다. 같이 들어간 정감독 선생님은 AI가 탑재된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감독을 했다. 나에게는 신분 확인과 시계 이상 유무를 지시했고, 수험생들에게 부정행위 관련 유의사항을 외워서 설명했다. 둘 다 허둥지둥하는 것보다 나아서 차라리 편한 시간이었다. 부감독이어서 뒤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있을 수도 있어서 꿀이었다.
하지만 4교시 탐구영역은 정감독이었고, 한국사와 탐구영역이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지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수능 필수 영역인 한국사 시험이 끝나자, 탐구를 보지 않겠다며 포기하는 수험생들이 나타났다. 포기자들은 대기실로 보내고 감독을 이어갔다. 대기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착각하는 수험생들을 제지하고 탐구영역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탐구는 1선택과 2선택으로 나눠져 있으며, 자기가 접수한 선택과목에 맞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만약 1선택이 한국지리, 2선택이 윤리와 사상이면, 각각의 선택 시간에 맞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1선택 시간에 윤리와 사상을 풀면 부정행위, 2선택 시간에 1선택 문항 답지를 수정하면 부정행위이다. 많은 수의 부정행위자들이 속출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독관이 세 명이 필요하다.
이번 시험장에서는 부정행위자들이 없었고, 감독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아픈 발가락과 끊어질 듯 아픈 허리, 4시간 밖에 못 자 감기는 눈꺼풀이 힘들었지만, 시험 감독이 모두 끝난 후 돌려받은 스마트폰을 켜자 수능 감독비가 입금되어 있어 피로가 싹 풀렸다.